BIS맨이 온다…신현송, 스테이블코인법 강력한 지렛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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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신 INSIGHT3 Inc. 창립 파트너·미국 변호사] 4월 2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끝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신현송 전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그 자리에 오른다. 12년 넘게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에서 연구를 총괄해 온 인물이 원화 통화정책의 키를 쥐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업계의 관심은 단 하나로 수렴한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즉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1년간 업계 일각에서는 신 후보자의 지명이 곧 ‘법안 좌초’를 의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가 수년간 스테이블코인 회의론의 가장 상징적인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회 자료(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대한 서면답변)는 그 우려를 다른 방향으로 뒤집는다. 신 후보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자체에 찬성 입장을 명확히 밝혔고,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까지 제시했다. 이 글은 그 문서에 근거해 신 후보자가 한국은행을 이끌게 될 체제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이 어떻게 설계돼야 할지를 분석한다.

결론부터 말한다. ‘신 후보자 등판=법안 좌초’는 오독(誤讀)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에 반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통화 질서와 양립하는가’를 일관되게 물어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 서면답변에서 그는 한국의 특수성에 비춘 구체적 설계 원칙(그가 ‘기능 분담 모델’이라 부를 만한 것)을 제시했다. 철저히 분석된 법안이 올라간다면, BIS에서 10여 년간 글로벌 통화 시스템 재설계를 고민해 온 신 후보자는 법안의 장애물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뒷받침이 될 수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진단을 반대로 오독하지 말라

신 후보자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발언사(史)는 결코 이념적 거부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정밀 진단의 기록이다.

2023년 그가 로드니 개럿(Rodney Garratt) BIS 연구원과 공저한 Bulletin(No. 73) ‘스테이블코인 대 토큰화 예금(Stablecoins versus tokenised deposits)’은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 예금과 달리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모든 1달러 표시 지급 수단이 언제나 정확히 1달러로 교환된다는 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4년 BIS 연차 경제보고서 ‘차세대 통화·금융 시스템(The Next-Generation Monetary and Financial System)’의 관련 장(章)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세 가지 결함 즉 단일성(singleness), 탄력성(elasticity), 무결성(integrity) 을 체계적으로 지목하며, 지금의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19세기 미국 자유은행(Free Banking) 시대의 사적 화폐와 구조적으로 닮았다고 비유했다. 그는 2022년 12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기존 금융시스템의 ‘뻐꾸기 새끼(cuckoo in the nest)’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구체적이었던 것은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발제였다. 그는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즉시 교환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월부터 작년 6월까지 1년간 한국 내 원화 기준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이미 약 640억달러에 이르고, 가상자산 관련 범죄의 63%가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발생했다는 수치도 같은 발제에서 제시됐다. 그는 여기서 금지 대신 ‘합법적 사용 점수(legitimacy score)’라는 구체적 설계안까지 제안했다. 지갑 이력을 추적해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시스템으로 환전되는 오프램프(크립토→현실 돈) 지점에서 스코어링(위험 점수를 매기는 것)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모든 발언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취약성을 정확히 지목했지만, 해법도 함께 제시했다. 비판이 아닌 진단이고, 거부가 아닌 조건 제시다. 이 구분을 놓치면 그가 최근 제출한 서면답변의 의미도 놓치게 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BIS 연차 경제보고서 ‘차세대 통화·금융 시스템’의 관련 장(章)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세 가지 결함 즉 단일성(singleness), 탄력성(elasticity), 무결성(integrity)을 지목하며, 지금의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단일성이 없었떤 19세기 미국 자유은행(Free Banking) 시대의 사적 화폐와 구조적으로 닮았다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여러 우려(concerns)를 제기했다. (자료=BIS 연차 경제보고서)

서면답변-‘찬성’과 ‘기능 분담 모델’ 동시 선언

이번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신 후보자는 두 개의 의원실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입장을 명시했다.

첫째,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한 답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이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하며, 스테이블코인은 이들과 보완적·경쟁적 관계로 공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예금토큰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 역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둘째,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디지털자산 TF 소속)에 대한 답변에서는 훨씬 더 구체적인 입장이 나왔다. 신 후보자는 “한국은행이 제안한 은행권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관련 리스크 관리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른바 ‘은행 중심 51% 룰’을 정면으로 지지한 것이다. 그는 네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오히려 규제 우회가 더 쉬워진다. 현재 원화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하려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실명 거래를 거쳐야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거래소 밖 장외에서도 익명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맞바꿀 수 있게 된다.

둘째, 예금토큰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실명확인 기관과 보유자가 분리되기 때문에 실명인증·관리가 어렵다.

셋째, 은행과 비은행에 형식상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실제 규제 준수는 내부통제시스템의 수준에 달려있다. 현 시점에서는 은행이 규제 준수 역량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따라서 자본 유출 통제에 효과적이다.

넷째, 한국은 외국환은행 중심의 자본·외환규제 체계를 유지해 왔다는 구조적 특수성이 있으며, 비은행 발행을 폭넓게 허용할 경우 산업·금융자본 간 경제력 집중 및 금융산업 구조 개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역시 은행 독점론”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이 후속 질의에서 “은행 중심 구조가 기존 은행권의 수수료·결제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고, 핀테크 기업이 은행에 종속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업계의 비판을 정면으로 던지자, 신 후보자의 답변은 한층 더 구체화 된다. 이 부분이 서면답변의 진짜 핵심이다.

신 후보자의 답변은 이랬다. 그는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은 특정 업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비은행 등 업권의 장점을 결합하는 바람직한 발행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예컨대 은행은 발행, 준비자산 관리, 상환청구권 보장, 고객 확인업무 등에서 규제를 준수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비은행은 사용자 접점, 유통기반 조성 등에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못을 박듯이 “은행권 중심 발행 구조 아래에서도 비은행이 충분히 역할을 수행하면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답변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신 후보자가 말한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은 단순한 은행 독점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기능 분담 모델’(functional allocation model)이다. 화폐 신뢰 인프라에 속하는 기능인 발행, 준비자산 관리, 상환청구권 보장, 고객신원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은 은행이 맡고, 시장 혁신과 사용자 경험에 속하는 기능인 사용자 접점, 유통 기반, 서비스 개발은 비은행이 맡는다.

은행은 신뢰의 닻이 되고, 비은행은 혁신의 엔진이 된다. 이것은 글로벌 금융 실무에서 ‘은행-핀테크 합작 특수목적법인(SPV)’ 또는 ‘기능 기반 규제(activity-based regulation)’라고 불리는 현대적 설계 원리와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다시 말해 신 후보자는 ‘은행 외에는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누가 맡을지 명확히 하자’고 말한 것이다. 51%라는 숫자는 이 기능 분담의 지배구조적 표현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이 차이는 미묘해 보이지만 법안 설계 수준에서는 결정적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법안이 정확히 포착한다면, 업계가 우려해 온 ‘혁신 질식’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은행과 비은행의 기능분담 모델을 제시하는 답변을 했다. (자료=박민규 의원실)

네 개 우려에 대한 구조적 응답-신 후보자의 모델과 어떻게 합치시킬 것인가

기능 분담 모델이 법안으로 번역되려면 신 후보자가 제시한 네 개 우려에 대한 구체적 응답이 법안 조문 수준에서 설계돼야 한다. 하나씩 짚는다.

첫 번째 우려는 장외 익명 교환이다. 이것은 실재하는 구조적 리스크다. 그러나 해법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직접적인 해법은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강제 KYC 요건을 프로토콜 수준에서 심는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전송을 허가된 지갑(KYC를 완료한 국내 규제 제도권 내 지갑) 사이에서만 허용하는 허가형(permissioned) 아키텍처를 기본 구조로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신 후보자가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 이미 제안한 합법적 사용 점수(legitimacy score) 개념과 같은 방향이다. 그가 서면답변에서 ‘은행이 고객 확인업무에서 신뢰를 확보한다’고 한 지점과도 정확히 맞닿는다. 법률은 ‘은행 컨소시엄이 관리하는 허가 지갑 체계’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다.

두 번째 우려는 실명확인 기관과 보유자의 분리다. 이 역시 설계의 문제다. 발행사-수탁기관-거래소-지갑제공자 전 체인에 걸쳐 연속적 KYC 연결 구조(continuous KYC chain)를 법률 수준에서 의무화하면 해결 가능하다. 일본이 2023년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전자결제수단 발행자와 거래업자를 분리 규율하면서 양자에 모두 실명확인 의무를 부과한 방식이 참고가 된다.

한국의 경우 신 후보자의 기능 분담 모델 내에서 ‘은행이 발행·준비자산 관리·상환청구권 보장의 책임 주체’가 되고, 비은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는 은행이 지정한 KYC 기준의 준수를 계약 및 규제 양 축으로 의무화하는 방식이 정합적이다.

세 번째 우려는 규제 준수 역량이다. 현 시점 한국 시장에서 은행이 비은행 대비 내부통제 역량에서 우위에 있다는 관찰은 사실에 부합한다. 그러나 법제는 ‘오늘의 현실’을 고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합리적 역량 기준’을 제시하는 장치여야 한다. 발행 자격 요건으로 최소 자본금, 내부통제 기준, 외부 감사, 준비금 실시간 공시, 정기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엄격히 설정하고, 이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가 기능 분담 모델 내에서 자신의 몫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작년 7월 18일 제정)는 은행(보험예금기관) 자회사뿐 아니라 미 통화감독청(OCC)가 승인한 비은행 발행자(Federal qualified nonbank payment stablecoin issuer)도 병렬적 발행 경로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모든 발행자에 일대일 준비자산, 월간 공시, 은행비밀법(BSA) 기반 AML/KYC 의무 등 동일한 핵심 요건을 공통으로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네 번째 우려는 외국환규제 구조다. 이것이 네 개 중 진짜 구조적 제약이다. 한국의 외국환거래법 체계는 외국환은행을 외환 거래의 관문으로 삼아 자본 이동을 모니터링해 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 관문을 우회할 수 있다면 외환 관리 체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 후보자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역시 ‘발행 주체=은행 51%’ 단일 처방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안적 설계로는 ⓐ은행-핀테크 합작 SPV 구조에서 외국환 게이트웨이 기능을 은행이 전담하는 방식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 간 교환을 반드시 등록된 외국환 취급 사업자를 경유하게 하는 프로토콜 수준 제약 ⓒ오프램프 단계에 외국환 신고 의무를 연동시키는 법률 설계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세 가지 모두 신 후보자의 기능 분담 모델과 충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법률 조문으로 구체화한다.

요점은 이것이다. 네 개 우려는 모두 실재하는 리스크를 지목한다. 그러나 그 리스크는 ‘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가져야만’ 관리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신 후보자 본인이 서면답변에서 제시한 기능 분담 모델 (은행이 신뢰 인프라를 맡고 비은행이 혁신을 맡는 모델)이 법률 조문으로 정확히 번역될 때 관리 가능하다. 이것이 ‘51% 룰 찬성’ 답변의 진정한 함의다.

글로벌 정합성-한국형 모델이 고립되지 않으려면

여기서 필자의 글로벌 금융 실무자로서의 관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한국이 기능 분담 모델로 가는 것 자체는 충분히 정당화된다. 문제는 그 모델이 주요 관할과의 상호운용성 없이 설계될 때 발생한다.

미국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는 허가 발행자(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를 세 범주로 인정한다. ⓐ보험 예금기관의 자회사 ⓑOCC가 승인한 연방 자격 비은행 발행자 ⓒ주(州) 자격 발행자(발행 잔고 100억 달러 이하). 즉 미국은 은행 중심 경로와 비은행 중심 경로를 병렬적으로 제도화했고,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준비자산(1:1 유동성 자산), 월간 공시, 은행 비밀법(BSA) 기반 AML/KYC, 이자 지급 금지 등 핵심 요건을 공통으로 부과했다.

일본은 2023년 개정 자금결제법 이후 은행·신탁회사·등록 자금이체업자에 발행 경로를 열어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법인 미카(MiCA)는 전자화폐토큰(EMT)·자산참조토큰(ART) 모델 기반으로 특정 은행 지분율 요건을 두지 않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의 약 99%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송금·실물자산(RWA)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이들 관할과의 상호 인정 혹은 적어도 구조적 호환성이 필수다.

주요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 비중을 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의 약 99%를 차지하는 현실이다. 이에 티모시 신 미국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송금·실물자산(RWA)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글로벌 정합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듄 어낼리틱스)

여기서 유의할 지점이 있다. 신 후보자가 말한 ‘기능 분담 모델’은 글로벌 정합성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어떻게 지배구조에 새기느냐에 따라 충돌할 수도 맞물릴 수도 있다. ‘은행 지분 51% 이상’을 법조문에 고정 수치로 박아 넣으면 한국 발행자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의 어느 경로에도 미카(MiCA)의 어느 범주에도 직접 대응되지 않는 고유한 존재가 된다. 반면 ‘기능 분담의 책임 배분 원칙’을 조문으로 쓰고, 그 구체 지분 구조는 SPV별 유연성을 허용한다면, 글로벌 정합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이미 신호는 나왔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시타델증권이 뒷받침하는 미국 EDX마켓의 글로벌 법인 EDXM인터내셔널은 케이맨제도 법인 브레인파워랩스가 지난해 10월 역외에서 발행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WQ를 기반으로 원·달러 무기한선물 상품 출시를 추진 중이다. 한국이 내부 입법 논쟁에 매몰된 사이, 원화 디지털자산은 이미 역외에서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단계 입법은 ‘누가 국내에서 발행하는가’를 넘어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할권을 어떻게 확보하고, 국내 발행자가 글로벌 제도 경쟁에서 어떻게 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조건은 후보자가 이미 제시했다. 이제 국회의 차례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신현송 후보자의 등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자의 판단은 이렇다. 그는 법안의 장애물이 아니다. 그러나 자동 추진력도 아니다. 그는 ‘철저히 분석된 법안’에 대해서는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질서 논의에서 선도국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줄 가장 강력한 자산이지만, ‘정치적 타협물로 제출된 법안’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한 검증자가 될 것이다. 이것이 BIS에서 10여 년간 글로벌 통화 시스템 재설계를 고민해 온 학자가 총재로서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역할이다.

주목할 것은 서면답변을 통해 그가 이미 ‘어떤 법안을 원하는지’에 대한 윤곽을 구체적으로 그려 뒀다는 점이다. 그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 도입 찬성’만 말한 것이 아니라 기능 분담 모델이라는 구조적 해법까지 제시했다. 은행이 신뢰 인프라의 기둥이 되고, 비은행이 그 기둥 아래에서 혁신의 공간을 확보한다. 이것은 업계가 두려워할 문서가 아니라 앞으로 수주간 국회와 금융당국이 법안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가장 명확히 알려주는 ‘출제지’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51% 룰 찬성’으로 요약된 이 답변은 디지털자산 업계에 불길한 소식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차기 한국은행 총재가 될 신 후보자가 직접 그린 법안의 좌표다. 네 개의 우려에 구조적으로 응답하고, 기능 분담 모델을 법률 조문으로 번역하고, 미국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와 일본 자금결제법과 EU 미카(MiCA)와 상호운용 가능한 아키텍처를 갖춘 법안이다. 그런 법안이 국회에 올라간다면 우리는 표류하던 스테이블코인 법제의 가속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법안을 심사하게 될 총재가 ‘BIS맨’이라는 사실은 이제 우려의 이유가 아니라 기대의 이유다. 조건은 후보자가 이미 제시했다. 이제 준비해야 할 쪽은 우리다.

티모시 신 INSIGHT3 Inc. 창립 파트너·미국 변호사. (사진=티모시 신 미국 변호사 제공)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해법 모색하는 전문가 기고 연재

4월13일자 <1113만명 코인 투자하는데 한국에는 기본법도 없다>

: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공백 <1> 김태림 AXIS Law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4월15일자

: 오늘 한은 총재 후보 청문회 기대 이유 <2> 티모시 신 INSIGHT3 Inc. 창립 파트너·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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