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즐기고, 느끼고, 소비하라…‘경험’,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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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즐기고, 느끼고, 소비하라…‘경험’,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외부기고자)

입력 : 2026.06.14 22:36

지갑을 여는 데 있어 일종의 ‘경험’은 주요한 변수가 되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브랜드의 마케팅도 ‘경험’이라는 것에 굉장한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여행, 공연, 미식, 관람, 수업 참여 등의 실제적 경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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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생성되는 ‘감정’ 소비의 핵심 가치

결혼 10주년이었다. 예약이 그토록 어렵다는 손종원 셰프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에 가보기로 했다. 매월 1일이면 다음 달 예약이 열린다. 정말 ‘광클릭’을 해야 할 정도라는 소문에 바짝 긴장했다. 기필코 예약을 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드디어 1일이 돌아왔고 나는 기어이 성공해냈다. 그리고 좋은 공간, 좋은 음식을 아내와 충분히 즐겼다. 굳이 이 과정을 이야기하는 건 딱 한 번 가본 그곳에서 목도한 하나의 장면이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파인 다이닝이라 불리는 레스토랑은 2인 이상으로 예약을 받고, 또 소비자들 역시 관습적으로 그렇게 다녀오곤 했다. 하지만 이타닉 가든의 ‘U’자 형 바에는 나 같은 커플 손님 외에 의외로 홀로 온 1인 고객들이 있었다. 홀로 장소를 방문했다는 건 오로지 자신의 미각을 포함, 오감의 ‘경험’을 위한 것이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굉장히 (일반적 관점에서) 용기 있고, 또 도전적이고 실천적이라 느꼈다.

이타닉 가든(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이타닉 가든(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여기에서 오늘날 Z세대를 포함한 새로운 세대의 소비 방식이 도출된다. 그들은 경험과 그것에 의해 생성되는 감정을 소비의 핵심 가치로 꼽는다. 그래서 소비를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공간에 있었는지, 또 누구와 시간을 보냈는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로 치부하기는 모자란 점이 있다. 왜냐하면 이는 디지털이라는 환경, 스스로 체감하는 경제적 현실, 사회문화적 변화가 얽히고설킨 새로운 소비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공간에 있었는지, 또 누구와 시간을 보냈는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로 치부하기는 모자란 점이 있다. 왜냐하면 이는 디지털이라는 환경, 스스로 체감하는 경제적 현실, 사회문화적 변화가 얽히고설킨 새로운 소비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제적 경험에 비용 지불하는 새로운 세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새로운 세대가 경험 중심의 소비를 중시하게 된 데에는 ‘경제적 환경의 변화’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이들은 태어나 줄곧 경기 침체, 고용 불안 등의 부정적 경제 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면서 성장했다. 자기가 겪지 않아도 부모 세대 및 미디어를 통해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전 세대가 부동산, 자동차, 명품 가방 등을 일종의 경제적 성공의 지표로 받아들였던 것에 반해, 현 세대는 그 같은 고가의 자산을 목표로 삼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언젠가 가져야 할, 아니 가지고 싶은 미래보다 바로 지금 누릴 수 있는 현재의 만족이 더 중요해졌다. 이제 새로운 세대는 거대한 자산의 축적을 삶의 목표로 하는 대신 대신 여행, 공연, 미식, 관람, 수업 참여 등의 실제적 경험에 비용을 지불한다.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_조선호텔앤리조트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_조선호텔앤리조트

직접 맞닥트린 경험은 즉각적인 감정적 만족을 전한다. 일종의 도파민을 생성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자신의 삶이 풍성하고 풍요롭다는 걸 느끼게 된다. SNS를 위시한 디지털 환경 역시 경험 중심 소비를 강화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지금 시대의 경험은 단순한 개인적 기억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한 개인이 하나의 경험을 이미지, 텍스트, 영상 등의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순간 소비의 순환이 시작된다.

그렇게 온라인 상에서 점차 불어나는 욕망의 덩어리가 바로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온다. 앞서 말한 이타닉 가든의 환상적 미식 경험이 확산되고, 심지어 그 셰프의 유명세가 확장됨에 따라 ‘나도 경험하고 싶다’는 갈망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처럼 말이다. 특히 짧고 강렬한 걸 선호하는 세대의 특성상 숏폼(짧은 영상) 문화가 이 경험 중심 소비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여기에서 중요해진 건 ‘내가 무엇을 구입했나?’가 아니다. 다름 아닌 ‘어떤 경험을 했는가!’다.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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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되어 뜨겁게 달아오른 특정 소비는 그것이 대중적으로 크게 유행이 되고 나면 곧장 급랭되어 버린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독립 브랜드, 로컬 브랜드의 확장성이 가능해졌다. 왜냐하면 소비가 단순한 물건 구매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세대관과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탓에 러닝 크루에 참여하고, 바이닐 청음회에 참석하고, 필름 카메라로 자신의 이미지 정체성을 드러낸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비한 뒤, 온라인으로 경험을 확산시키다

경험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지만, 경험 중심 소비 자체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훨씬 강력하게 행해지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금 당신의 SNS를 켜보라. 숱한 경험들이 회자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이 오프라인에 직접 사고, 먹고, 들은 직접적 경험들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래서 공간이라는 용어가 중요해졌다. 모든 경험이 이루어지는 것은 ‘공간’이기에 그렇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AI로 제작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걸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사례는, 지금은 좀 식상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효한 팝업 스토어다. 팝업 스토어는 물건을 파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일종의 전시장 기능에 더 방점을 둔다. 그리고 그곳은 전시, 놀이, 사진 찍기, 굿즈 수령 등의 참여형 콘텐츠로 채워진다. 팝업 스토어는 어쩌면 경험 중심 소비의 최전방 예시로 기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등을 전개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같은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매장은 대형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시즌별로 콘셉트를 변화시킨다. 단순한 스토어에 입장한 것을 넘어서서 조형 미술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젠틀몬스터 파리 스토어

젠틀몬스터 파리 스토어

젠틀몬스터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 새로운 스토어를 오픈했는데, 이곳도 한국과 유사한 콘셉트다. 로컬 브랜드로 시작해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시 공간을 연상케 하고, 최근 오픈한 베이징 스토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대형 공간 및 상업 브랜드 중심으로 전개되는 체험형 소비 외에도 새로운 소비자들은 제품 메이킹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품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원데이 클래스, DIY 체험이 근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자신이 직접 만든 향수, 나만의 취향이 묻어 있는 커스텀 운동화 등이 그 사례다.

다이슨 체험형 팝업스토어

다이슨 체험형 팝업스토어

그래서 이런 경험은 단순한 구매보다 더 강한 만족과 기억을 남긴다. 단순한 소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간직한 소비로의 전환이 일어난 셈이다. 이를 감지한 기업 및 브랜드들 역시 소비자를 과거처럼 단순 구매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되려 한 제품의 공동 창작자 또는 작업자로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삶을 구성하는 과정…떠오르는 경험 커뮤니티

기업이나 브랜드의 전략적 마케팅 행위로서의 경험 중심 소비 말고도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 있다. 그건 바로 경험 중심 소비가 커뮤니티와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소비를 혼자 즐기기도 하지만,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과 연결되는 경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 그러면 함께 러닝하는 크루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 독서 클럽도 보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방구석에서 홀로 하던 뜨개질이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종의 모임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보인다. 이와 같은 커뮤니티와 경험 소비의 결합은 물건이나 제품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속감을 소비한다고 보는 게 옳다.

이처럼 경험 중심 소비라는 트렌드가 취향 중심의 제품 소비에서 일종의 커뮤니티 문화로 확장되면서 SNS에 올리기 좋은 콘텐츠로서의 경험도 바뀌었다. 보여주기 식의 디지털의 알고리즘이 유사 콘텐츠를 질릴 정도로 들이미는 것이 이제 피로감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 현재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이미지가 좋은 공간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가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진정성, 몰입감, 안정감 등의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더에러 베이징 스토어

아더에러 베이징 스토어

결론적으로 보자면 경험 중심 소비 트렌드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이기보다는 디지털 세대가 성장하는 환경 속에서 현대 사회의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삶의 방식 중 일부다. 이제 더 이상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 속에는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정체성을 표출하며, 타인과의 연결점을 생성하고, 스스로의 삶을 구성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런 흐름 탓에 오프라인 공간 자체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 공간은 과거처럼 돈과 물건을 맞바꾸는 장소가 아니다. 기업과 브랜드 중 이 맥락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이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상행위 속에서 소비자들은 ‘기억’과 ‘감정’을 생성하는 중요한 인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타닉 가든을 가기 위해 예약 전쟁을 치르고, 이곳에서 맛본 비싼 한 끼가 나의 지난 결혼 생활 10년과 앞으로의 세월들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메종마르지엘라 중국 청두 전시_메종 마르지엘라

메종마르지엘라 중국 청두 전시_메종 마르지엘라

이제 ‘내가 무엇을 구입했나?’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중요해졌다. 요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을 제품의 공동 창작자 또는 작업자로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이미지가 좋은 공간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가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진정성, 몰입감, 안정감 등의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4호(26.06.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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