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펄프부터 오아시스까지...우리 마음 속에 ‘락붐’이 온다

5 hours ago 2

브릿팝 전설 펄프, 밴드 결성 47년 만에 첫 내한
10월에는 형제 재결합한 오아시스 공연
MZ 열광하는 다미아노 다비드 첫 내한 마쳐
쿨라 셰이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선다

최근 SNS에서 ‘#락붐은온다’라는 해시태그가 종종 떠다니는 걸 목도할 수 있다. 지난 4월 열린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을 직접 보았거나,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은 이들은 체감할 것이다. “어, 이러다 락붐이 오겠는데?”라고 말이다. 우리 마음 속에 그렇게 ‘락붐(rock boom)’이 살랑거리고 있다.

사진설명

6회 공연으로 ‘락붐’의 시작을 알린 콜드플레이

포털에 ‘락붐은온다’를 검색을 하면 어떤 커뮤니티가 뜨는데 그 개요가 (좋은 의미로) 우습다. “락윌네버다이를 외치지만 나는 알지. 아니라는 걸. 그치만 락붐은 온다”라고 적혀 있다. 또 어떤 커뮤니티는 “락붐은 ’온다’가 아니고 ‘왔으면 좋겠다’가 맞지”라고 표제를 내걸고 있다. 그러니까 이 ‘락붐은 온다’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것에 대한 일종의 욕망과도 같다. 그런데 최근 대형 록밴드의 내한 공연 사례를 보면, 뭐 꼭 락붐이 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만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 스타트는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이었다. 지난 2017년 4월에 총 2회 공연을 선보였던 콜드플레이가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아마 그때의 잠심주경기장에 서 있었던 이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에너지가 분출되는 라이브 스테이지였는지를. 그해 1월에는 여전히 최정상 라이브를 뽐내는 메탈리카의 내한 공연도 있었다. 2019년에는 U2가 내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우리는 팬데믹을 맞이했고, 야외 페스티벌이나 라이브 공연장은 경계해야 할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진설명

8년 만에 돌아온 콜드플레이는 2017년 공연보다 더 대단해져 있었다. 일단 공연의 회차가 그걸 증명했다.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은 대부분 아시아 투어 중 일본을 들를 때 잠시 짬을 내서 한국 공연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일 1회, 혹은 많아야 2회 공연 정도가 잡힌다. 심지어 화요일이나 수요일 공연이 많았다. 왜냐하면 주말에는 일본이나 홍콩에서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마음으로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가했다. 진정한 록(락) 덕후라면 그것이야말로 일생일대의 ‘성덕’이 될 기회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콜드플레이가 8년 만의 내한 소식을 알렸을 때는 무려 2주간 총 6회의 공연을 고지했다.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사진설명

락붐이 오지 않은 시대에 콜드플레이의 총 6회 공연. 이제 호사가들은 수군덕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티켓을 다 팔 수 있을까?” “서울도 아닌 고양에서 과연 성공할까?” “콜드플레이가 한 물 간 건가? 한국에서 6회차라니!” 등등의 의구심 혹은 비아냥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열린 예매전쟁. 올해 4월 공연이었는데, 작년 9월에 티켓 판매가 시작됐다. 앞선 의심과 비판들은 기우였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고양종합운동장은 꽥 채우면 대략 5만 명 이상이 입장한다고 했다. 그러면 총 30만 명의 관객이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보게 되는 셈이었다.

한국에서 8년 만에 개최하는 총 6회 차 첫 공연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종합운동장 일대는 인파로 넘쳐났다. 티셔츠, 모자 등의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에서 인기 품목은 일찌감치 ‘솔드아웃’됐다. 거대한 수퍼 밴드답게 총 2팀의 오프닝 스테이지가 열렸다. 이들의 투어 제목은 ‘COLDPLAY: MUSIC OF THE SPHE-RES’였다. 이 투어에 게스트로, 첫 날에 팔레스타인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엘리아나와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가 나섰다. 이들의 공연이 끝난 후 콜드플레이가 무대에 올랐다.

사진설명

그날의 공연을 본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콜드플레이는 8년 전보다 더 거대해졌고, 더 진보했으며, 더 다이나믹해졌고, 더 관객과 함께 하는 세계 최정상의 공연을 보여줬다”고 말이다.

더 영악하고 대중적으로 진보한 클플의 무대

8년 전과 2025년, 이들의 무대를 본 나로서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일단 지금의 콜드플레이는 그때와 달리 더 대중적인 밴드로 진화했다. 동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K-팝 스타 BTS와의 협업은 신의 한 수였다. BTS 진과 함께 한 ‘My Universe’로 콜드플레이는 다시금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콜드플레이로서는 다시금 밴드를 역동적으로 질주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었을 거다. 아마도 이번 공연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분명이 알 거다. 2000년에 데뷔한, 그러니까 25년 차 밴드의 공연장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과거 팬들보다 20대 청춘들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사진설명

동시에 콜드플레이는 굉장히 영악했다. 그 주인공은, K-팝 공연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반짝이는 응원봉을 진화시킨 ‘자이로밴드’다. 자이로밴드는 콜드플레이가 관객을 콘트롤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취재진이 이번 공연 시작과 함께 받은 (공연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 정해둔) 셋리스트에는 자이로밴드의 불빛 컬러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Yellow’ 셋리스트 옆에는 ‘A Mirrorball Wristband’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건 그 노래를 연주할 때 자이로밴드가 미러볼처럼 반짝이게 만든다는 걸 뜻한다. 이런 콘트롤을 통해 콜트플레이 공연은 객석을 하나로 만들고, 또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영상 비주얼을 획득해낸다.

한동안 내 SNS 피드에는 너도나도 다녀온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후기로 넘쳐났다. 모두가 열광했고, 모두가 만족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어떤 회차에는 BTS의 멤버 진이 등장해, 밴드의 프론트 맨 크리스 마틴과 함께 ‘My Universe’ 무대를 만들었다. 또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노력으로, 공연장에는 플라스틱 물병 반입이 안되고, 자이로밴드 반납 방침도 펼쳤다. 공연장에 설치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다음 공연을 위한 전기 에너지를 비축한다고도 했다. 그 공연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락붐의 도래가 실현된 것으로 느껴졌다.

건즈 앤 로지즈 콘서트 포스터 (사진 8P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발췌)

건즈 앤 로지즈 콘서트 포스터 (사진 8P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발췌)

4월 콜드플레이, 5월 건즈 앤 로지즈, 10월 오아시스까지

콜드플레이에 이어 또 다른 전설이자, 현재까지도 레전드인 건즈 앤 로지즈가 지난 5월 1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락붐을 증명했다. 1987년 데뷔 앨범 속 ‘Welcome to the Jungle’로 단박에 전 세계를 호령한 건즈 앤 로지즈의 이번 내한 공연 티켓은 엄청난 판매율을 보였다. 밴드의 프론트 맨 액슬 로즈와 기타리스트 슬래쉬를 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달려올 팬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MZ세대로부터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밴드 모네스킨의 프론트 맨 다미아노 다비드의 첫 내한 무대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밴드가 아닌 솔로앨범 투어로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찾았다. 바로 다음으로 영국 록 밴드 쿨라 셰이커도 9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이들의 무대는 6월 13일과 14일에 개최되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설명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빅 뉴스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고 있다.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블러 등과 함께 1990년대 브릿팝 전성시대를 열었던 밴드 펄프의 내한 소식이다. 이들은 영국 BBC 라디오 인터뷰 중 “한국에 갈 것”이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8월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설 이들의 무대에 팬들의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1978년 밴드 결성 후 47년 만에 첫 내한이다.

콜드플레이와 건즈 앤 로지즈, 펄프에 이은 강풍 이후 올해 가장 거세고, 거친 락붐은 아마도 10월의 오아시스 내한공연이 아닐까 싶다. 2025년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 발을 딛고 있는 이는 아마 세상을 다 거머쥔 듯한 락붐을 경험하지 않을까. 결코 다시 손 잡지 않을 것 같았던 오아시스의 두 멤버, 리엄 갤러거와 노엘 갤러거 형제가 오아시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연을 하겠다고 선포했을 때 전 세계 로큰롤 팬들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리암·노엘 갤러거 형제(사진제공 라이브네이션·Simon Emmett)

오아시스의 리암·노엘 갤러거 형제(사진제공 라이브네이션·Simon Emmett)

공연 소식부터 놀랍고 신선한 뉴스였는데, 한국이 공연 개최국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다니. 대한민국의 락붐은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 역시 과거 전성기의 오아시스, 리암 갤러거의 밴드, 노엘 갤러거의 밴드 공연을 한국에서 전부 관람했던 것을 위안 삼아 애써 오는 10월의 고양종합운동장 티켓 획득 실패의 아쉬움을 잠재우려 노력 중이다. 단 1회의 공연이다. 아마도 이 공연 티켓 획득에 성공한 이들은 하루 하루 오아시스의 셋리스트를 찾아 듣고 보며 락붐이 오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락붐이라는 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마음 속에서 잔잔하게 일고 있는 락 뮤직에 대한 갈망이 하나의 공연장에서 모두와 함께 폭발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말이다. 과거처럼 음악 축제들의 표기가 모두 ‘록(락) 페스티벌’로 표기될 시대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간절히 바래본다. ‘락붐은 온다’라고.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일러스트·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