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교회 선거가 사회보다 혼탁하다면
지도자가 세상에 무슨 얘기하겠나
교회와 정치는 깊게 관여하면 안돼”
5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만난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은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는데, 벗어난 부분이 많다”며 “교회 내 선거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최근까지 기감 내 호남과 서울 등 11개 연회(지역 단위 교회 조직)를 돌며, 선거법 개정안 등 교단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전국 6700여 개 교회에 120만 명의 교인이 소속된 기감은 국내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 중 하나다.
김 감독회장은 “그동안 ‘금권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 제도에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10월 입법의회에서 선거 제도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선거인단 명단을 무작위로 추출해, 투표 3일 전 각 후보에게 알려주자는 것이다. 4년 임기의 기감 감독회장은 전국 1만8000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문제는 이 선거인단이 고정된 데다, 명단도 이미 공개돼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 훨씬 전부터 물밑으로 조직을 만들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여기에 막대한 돈을 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김 감독회장은 “후보 각자가 쓰는 돈과는 별개로 교회가 선거를 치르기 위해 쓰는 돈도 상당한데, 이 비용은 교인들의 헌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많은 헌금이 선교와 교육, 봉사와 나눔이 아닌 선거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선거 제도 개선안 논의 때 오죽하면 “차라리 후보 중에서 제비뽑기로 결정하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는 “1만8000명 중 3000∼6000명 정도를 무작위로 추출해 투표 3일 전 공개하면 사전에 선거인단을 포섭하려는 행위도 크게 줄 것”이라며 “명색이 교회 선거인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감독회장은 최근 열린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갈수록 양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하나로 다시 화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우리 사회가 극도로 갈라지고 갈등과 마찰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야 지지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공동체가 선택했다면 그 사람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해 줘야지요. 그 첫걸음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요.”그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찾아오겠다는 모 대선 후보 부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교회와 정치는 서로 너무 깊게 관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적하고 조언할 때는 하는, 서로 긴장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건강한 관계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감독회장은 “내가 싫어한다고 선출된 지도자가 잘못되기를 바란다면, 결국 그 피해는 자신을 포함해 나라와 국민이 입지 않겠느냐”라며 “국민과 지도자 모두 자신의 품격을 올리면 국격이 올라가고, 지금처럼 극단적인 사회 갈등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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