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AI 무기로 초격차 만드는 초고성과자… 보상도 양극화

17 hours ago 2

AI 시대의 ‘신능력주의’
학력보다 실전 역량 중시
핵심 인재에게 보상 집중하는
극단적 인력 구조로 재편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애플 등에서 활동하던 슈퍼 인텔리전스 연구자들을 직접 나서서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1인당 1억∼2억 달러(약 1380억∼2770억 원) 수준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고 연구에 필요한 업계 최고 수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파워와 저커버그 CEO가 보장하는 연구 자율성까지 제공된다. 이런 압도적인 제안은 몇 시간 내, 길어도 당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과 함께 제시된다. 메타가 주도하는 인재 쟁탈전은 AI 시대, 인재 경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고편이다. ‘초고지능형 성과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인재 경영 흐름을 조명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9월 1호(424호)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 인재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

AI 도입 초기에만 해도 정형화된 저숙련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되고 비정형적이고 창의적인 고숙련 업무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AI는 이제 코딩, 디자인, 의료 진단 등 고숙련 업무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능력주의’의 정의 자체를 바꾼다. 기존 인적자본 이론의 대표적인 기본 가정인 ‘높은 학력이 높은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전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AI 이전 시대에는 교육기관에서 공인해준 시험 점수, 학점, 자격증, 학위 등이 개인의 지능을 측정해주는 지표 역할을 했다. 기업들은 인간의 지능을 직접 평가하기 어려워, 교육기관의 공식적인 평가 결과에 의존해 인재를 선발해 왔다.

그러나 AI 시대의 테크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 교육보다 급변하는 지식을 실전에 적용하는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무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력이 곧 실력의 기준이 되는 ‘신능력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과 경력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는 신능력주의 시대에는 AI와 함께 사고하고 학습하며 문제 해결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초고지능형 성과자(Hyper-intelligent performer)’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HR 분야에서 핵심 인재는 그동안 평균적인 성과를 내는 직원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직원, 즉 ‘고성과자(High Performer)’와 고성과자로의 빠른 성장 가능성을 지닌 ‘고잠재력자(High Potential)’로 정의돼 왔다. 이들은 조직 인재 분포 곡선의 상위 10%에 해당하며 HR 전략은 이들의 성과와 잠재력을 극대화해 전체 조직의 평균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인재 약탈은 AI 시대의 인재 경영이 더 이상 조직 전체의 평균적인 인적자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보다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닌 극소수의 초고지능형 성과자에게 자원과 권한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AI보다 고용 비용이 높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평균 수준의 직원과 실리콘밸리에서 비효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중간관리자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알파 인재 vs 그 외 나머지’라는 극단적 파레토 인력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에선 정해진 성과 기준선을 넘는 이들에게는 초고연봉이 보장되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급격한 보상 하락이나 해고로 이어지는 ‘급여 절벽형 보상 구조’가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인재의 ‘조기 전력화’ 시급 초고지능형 성과자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새로운 인재 경영 방책들이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관중’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초고지능형 성과자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및 고용 시스템, 기업의 인사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청년들의 사회 진입 지연이다. N수를 마다하지 않는 대학 입시와 고시 준비, 남성의 군 복무, 스펙 쌓기를 위한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 장기 어학연수와 해외 봉사활동 등으로 인해 많은 청년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20대 중후반, 경우에 따라 30대 초반이 돼서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인재의 조기 전력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기업이 참고할 만한 사례는 바로 팔란티어다. AI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는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전통적인 학력 경로를 우회해 대학 진학 이전의 우수한 고등학생을 선발하고 실무 중심으로 직접 육성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서고 있다. 팔란티어는 “실력주의가 없는 대학에 다니느라 빚지지 말고 팔란티어 학위를 취득하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내세우며 고졸자를 대상으로 자체 학위 과정인 일명 ‘Meritocracy Fellowship(실력주의 펠로십)’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는 일정 기간 동안 급여를 받으며 실제 업무에 참여하고 이후 정규직 전환 기회도 주어진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가 대학 진학 없이 곧바로 프로 무대에 데뷔하듯 전통적인 교육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전 경험을 조기에 축적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지적·신체적 에너지가 인생 최고조에 달하는 경력 초기부터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그 성취가 눈덩이처럼 축적돼 고속 성장으로 이어지는, 생애 전반을 고려한 패스트트랙 경력 경로를 설계하는 셈이다.

한국 기업 역시 교육과 실무의 경계를 허물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조기 발굴·육성하는 과감한 인재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채용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경력 경로의 패러다임을 재정의하고 조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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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East Texas A&M대 인적자원개발학부 교수 Kibum.Kwon@tamuc.edu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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