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KAIST 이사장.원래 게임에 열광하며 자란 세대가 아닌 터지만, 요즘 뒤늦게 게임음악 공연에 단골로 다니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게임음악 공연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진솔 예술감독의 공연장에 가면, 게임 주인공의 의상을 입은 청중들의 팬덤이 이채롭다.
글로벌 게임시장 톱5는 중국, 미국, 일본, 한국, 독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 수출 규모는 약 140억달러였다. 역대 최고치다. 콘텐츠산업 수출에서 게임산업 비중은 60.4%다. 게임산업이 음악·영화·방송 등 다른 콘텐츠 분야를 합친 것의 1.5배에 이른다.
그런데, 요즘 K게임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시민단체가 주관한 게임산업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됐다. K게임 산업의 구조적 한계는 플랫폼 종속성이 높고 지식재산권(IP) 소유가 낮아 콘텐츠 창작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과 애플의 30% 인앱결제 수수료로 상당 부분의 수익이 해외 플랫폼에 귀속되는 구조다. 우리 게임업계가 글로벌 빅테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매년 2조원 이상이다. 과도한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임직원이 100명에서 4명으로 급감한 중소 게임사도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지난해 미국 법원은 구글과 애플이 30%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 부과하는 것이 반독점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구글은 미국 이용자 9000만명에게 약 1조100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애플에 대해선 약 8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한국 보다 게임 시장 규모가 작은 영국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용자 3600만명에게 2조 9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인앱결제 수수료 논쟁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오고 있다”고 한 뒤, 곧바로 플랫폼 자본주의와 '렌티어(rentier: 地代수취자)자본주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마리아나 마주카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경제가 가치 창출보다 가치 추출(value extraction)에 치우친 활동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이 네트워크·데이터·접근권을 통제함으로써 경쟁 없이 렌트를 반복적으로 추출하는 시스템에 대한 경고였다. 인공지능(AI)전환으로 이 경향은 더 심화되고 있다.
기술혁신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정부가 사전 규제를 하기는 쉽지 않다. 사건이 쌓여 사회적 이슈가 된 뒤에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대 과다에 대해 법과 규제로써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는 사례로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 미국 반독점 소송,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2021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이 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앱마켓 결제 강제를 금지하고 개발자에게 대체 결제를 허용하는 등, 선도적 규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 효과가 미미한 데다 플랫폼의 우회 전략으로 인해 실효성이 낮고, 법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빅테크들이 이용자들에게 직접 배상한다는 소식이 없다. 지난 4년간 한국 게임업계 1만 7000개 회사에서 일하는 8만명, 그리고 2700만여 게임 이용자들이 입은 누적 손해액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최근 한국 중소 규모 253개 게임 기업이 미국에서 집단 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구글 측이 관련 협의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한국 게임시장 70%를 점유하는 대형 게임사들이 이 움직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급속한 AI 전환이란 문명사적 전환기,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은 시급하다. 수출 역군으로 막중한 기여를 한 대형 게임사들이 K게임 생태계 혁신의 주역으로 나서야 할 때다. 최근 국제 통상 환경에서, 정부 주도로 적절한 인앱결제 수수료 책정 의무화 규제로 질서를 바로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 게임산업 리더들과 이용자들의 폭넓은 참여와 관심이 뒷받침돼야 정책적 동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플랫폼-렌티어 자본주의 시대, 게임산업 리더십은 공정한 수익배분 구조 확립, 공동 IP 성장 모델 구축 등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 및 조정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단기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수수료 중심의 디지털 지대 구조를 고착시키고 K게임산업 전반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게임 산업계 전체의 적극적 참여로 건전한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mjkim.gk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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