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근무 중인 해외 주재 관리자 192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이들의 성과는 조직이 얼마나 분권화돼 있는지, 운영 지침이 얼마나 명확하게 형식화돼 있는지, 그리고 글로벌 지식 공유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에 크게 좌우됐다. 특히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될 때 관리자들은 높은 몰입도와 성과를 보였다.
첫째, 분권화는 현지 주재 관리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이케아는 각국 현지 매장 관리자에게 자율권을 부여해 도시별 소비자 특성에 맞게 제품을 진열하도록 한다. 또한 메리어트는 현지 문화를 반영한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분산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 역시 지역별 교통 패턴이나 문화적 요소를 반영해 구글 지도를 현지화하는 권한을 지역팀에 맡긴다. 다른 한편으로, 자율권이 지나칠 경우에는 브랜드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스타벅스는 로고와 매장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통일하는 대신 메뉴는 현지화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형식화는 명확한 정책과 절차를 바탕으로 한 운영 기준을 제시한다. 예컨대, 화이자는 글로벌 제조 표준을 유지하면서 각국 규제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병행한다. 도요타는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의 생산 시스템을 글로벌 자회사에 적용해 일관성을 확보한다. 월마트는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해외 관리자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형식화가 지나치면 지역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유연한 지침과 피드백 구조가 병행돼야 한다.셋째, 글로벌 지식 통합은 국경을 초월한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맥킨지는 전 세계 컨설턴트가 모범 사례와 프레임워크를 공유하는 내부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와 소비자 인사이트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면서 지역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에너지 기업 셸은 해양 시추와 같은 고난도 작업에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글로벌 지식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처럼 잘 갖춰진 지식 공유 시스템은 해외 주재원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신속하게 적응하고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문화적 적응력이나 해외 경험 같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조직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유능한 해외 주재 관리자라도 좌절감을 느끼고 업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조기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결정 권한 부여, 명확한 지침, 효과적인 협업 도구가 조화를 이루는 조직 구조가 해외 주재 관리자의 조직 몰입도를 높이고 파견 임무의 성공률을 크게 높였다. 다만 이런 원칙은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으며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약·에너지 산업처럼 규제가 강한 분야는 형식화가 중요하고, 기술·패션처럼 민첩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산업은 분권화가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다. 결국 해외 주재 관리자로부터 기대하는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산업의 특성과 현지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해외 주재 관리자가 성공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먼저 조직 구조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의사결정 권한은 적절하게 위임돼 있는지, 운영 지침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지 않은지, 협업 시스템은 잘 작동하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유연한 분권화, 실용적 형식화, 전사적 지식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해외 주재 관리자 개인의 역량은 성공 요인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전략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성과를 내도록 만들기 위해 이제 기업은 ‘유능한 사람을 뽑는 것’에서 ‘조직의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해외 주재원의 성공, 조직에 달렸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리키 다케우치 텍사스대 나빈 진달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정리 =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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