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ES]"K드라마 보면 아이 낳고싶지 않을것"… 뉴욕타임스 칼럼, 한국 드라마 속 저출산 배경 원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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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캐슬

문화비평가 유니 홍 뉴욕타임스 칼럼, "왜 아이낳기 싫은 나라가 됐나"K-드라마 분석

*[K-EYES]는 K-콘텐츠와 K-컬쳐 및 K에브리씽을 바라보는 글로벌 시선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최근 문화비평가 칼럼을 통해 한국 드라마에 담긴 '출산 기피' 정서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 19일 자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칼럼의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을 것(Watching South Korean TV Won't Make You Want to Have a Baby)"

해당 칼럼은 한국계 미국인 문화비평가 유니 홍(Euny Hong)이 기고한 글로,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합계출산율 0.75명)에 대해 경제적 문제나 정책 문제보다는 K-드라마가 보여주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뿌리 깊은 사회문화적 요인을 진단하고 있다.

유니 홍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저지에서 태어난 뒤 서울로 12살에 역이민을 왔다가 대학 시절 미국으로 다시 이주한 뒤 문화 비평가로서 <한국멋의 탄생><눈치의 힘>같은 책을 펴냈다.그는 칼럼에서 "K-드라마는 여성들이 직접 쓴 사회적 경고음"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K-드라마 작가의 90%가 여성으로 추정되며,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여성들의 현실이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은 대표적인 예로 드라마 'SKY 캐슬'을 언급한다. 자녀의 입시 성공을 위해 부모가 극단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단지 픽션이 아니라 현재 한국 부모들의 실제 삶과 긴밀히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중학생이 "스카이에 못 가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교육 코치에게 수천만 원을 쓰며 아이를 압박하는 부모의 모습이 극단처럼 보이지만, 이는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드라마 '산후조리원'도 언급됐다. 산모들이 고급 스파식 시설에서 회복하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복지의 일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빠르게 몸을 회복해 다시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이라는 해석이다.

이 칼럼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쿨'한 문화강국이 되었지만, 동시에 가장 아이 낳기 싫은 나라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는 북유럽에 견줄만한 육아휴직 제도와 출산 장려책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는 육아휴직을 쓴 엄마들이 경력 단절에 시달리고 복귀 후에도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비판이다.

칼럼은 미국 문화와의 유사성도 짚었다. 과거에는 가족 중심 시트콤이 주류였던 미국 TV 프로그램도 이제는'핸드메이즈 테일'이나 '세버런스'처럼 디스토피아와 불안정한 미래를 그리는 콘텐츠가 대세가 되었고, 이는 한국 드라마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두 나라 모두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레트로풍 콘텐츠에서는 여전히 가족 중심적 메시지가 드러난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국의 '응답하라' 시리즈나 미국의 '기묘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문화적 향수를 반영하는 동시에, 지금의 가족 현실에 대한 무언의 비판으로도 읽힌다.

칼럼은 끝으로 "한국의 드라마는 저출산이라는 1차원적 통계를 넘어서, 그 원인을 다층적으로 설명해주는 문화적 지표"라고 결론지으며, K-드라마 속 내러티브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젠더 불평등과 가족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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