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약 40㎞ 떨어진 닌빈성 킴방에 있는 에스텍비나 공장. 빨간색 소방 가스 실린더 용기를 나무 박스에 담아 출고하는 작업(사진)이 한창이었다. 삼성, LG, 앰코 등의 공장에 설치돼 가스로 화재를 진압하는 특수 설비다. 에스텍비나는 이 설비로 베트남 가스계 소화장치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에스텍비나는 에스원에서 분사한 국내 최대 인력 경비업체인 에스텍시스템이 2018년 설립했다. 주력 제품은 가스 기반 소화 시스템이다. 물을 쓰는 일반 소화 시스템과 달리 특수 소방 가스를 분사해 불을 일으키는 산소 농도를 줄이거나 연소 반응을 차단함으로써 화재를 진압한다. 전기·전자기기 손상이 없어 첨단 전자 장비로 채워진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에서 필수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에스텍시스템은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베트남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이충연 에스텍시스템 부사장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고, 자연히 소방 수요도 늘 것으로 봤다”며 “한국식 공급망·품질·사후관리 노하우를 녹여 기존 현지 업체와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에스텍비나 매출은 2020년 20억원에서 지난해 160억원으로 4년 만에 8배로 증가했다. 올해는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베트남에서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만 약 500건으로, 2만여 개의 실린더를 공급했다.
또 전체 매출의 10%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인접국에서 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 소방 설비 시장 규모는 10억달러, 동남아시아 국가로 확대하면 100억달러 이상”이라며 “수출 국가군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핵심 국가로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설립한 종합 건물관리 기업 에스텍시스템비나는 베트남 국영 국방은행과 손잡고 인공지능(AI) CCTV를 활용한 스마트 보안 서비스 시범 사업에 나섰다.
하노이=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