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음주와 문화 잇는 기회 확대
5년내 해외매출 5천억 자신
내년말 최초 해외 공장 완공
“하이트진로의 경쟁자는 오비맥주나 롯데칠성음료가 아닙니다. 술 소비를 줄이는 넷플릭스, 여행, 스포츠 등 취미·문화 활동들입니다.”
지난달 말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애드미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63·사진)가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 여행 등이 제공하는 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시간을 소비할 가치 있는 경험’”이라면서 “진로는 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즐겁게 즐길 만한 주류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2011년 취임한 김 대표는 1조3737억원의 회사 연 매출을 지난해 2배 수준(2조5992억원)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사이 K소주의 대표품목인 과일소주 ‘자몽에이슬’(2015), ‘테라’(2019), ‘진로이즈백’(2019), ‘켈리’(2023) 등을 잇달아 흥행시키며 14년간 4회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엔 ‘소주의 대중화’, 지난해엔 ‘진로의 대중화’를 내걸고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꾸준한 시간과 투자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 경험을 늘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옥토버페스트 축제를 통해 주류 문화를 이어가듯 하이트진로는 각 지자체와 협업한 지역축제와 이슬라이브페스티벌 등 음주와 문화를 연결한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라이브 페스티벌은 2018년에 처음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 유일의 소주 뮤직페스티벌이다.
그는 “당사가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야구장 맥주 공급도 포괄적인 의미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활동”이라고 소개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 9개 구단과 계약을 맺고 각 구장에 켈리를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30년까지 소주로만 해외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소주+기타제재주)은 1534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1년 수출액 882억원과 비교하면 3년 새 73.9% 늘어난 수치다.
그는 “국내 주류사업의 성장세가 굉장히 더뎌 1%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K드라마·K팝이 전 세계적인 돌풍이 이끄는 지금 분위기에 주류회사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해외법인의 영업 손실을 감소하더라도 매출 크기를 키우기 위한 투자를 늘릴 때”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우선 공략국가’를 8개국에서 17개국까지 확대했다. 해외 현지 가정 채널 입점을 확대하고 페스티벌 참여와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글로벌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능력도 확대한다. 회사의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베트남 공장은 올해 1분기 착공을 시작했고 2026년 말 완공한다. 김 대표는 “베트남 공장은 내년 11월께 시험 운전할 예정”이라면서 “2027년부터 양산 체제를 갖추게 되면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소주 생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