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3년 일기를 쓰며…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로 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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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Note] 3년 일기를 쓰며…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로 본 사실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외부기고자)

입력 : 2026.05.04 18:34

‘3년 다이어리’을 쓴 지 올해로 2년 차다. 같은 날짜에 3년 치 기록이 한 권에 담길 수 있게 구성된 일기장이다. 하루에 적을 수 있는 분량이 3~4줄 정도로 제한적이라, 쓰는 부담이 적고 감정 과잉 없이 채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시작하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작년 한 해는 매일매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며 보냈고(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제 한 턴을 돌았으니 올해부터는 매일 작년 같은 날의 일기도 읽게 된 셈이다. 그렇게 몇 달을 읽고 쓰면서 알게 된, 재미 있는 사실 3가지.

△첫째, ‘인간은 잘 안 변한다’. 필자는 올해 초 극심한 소화기능장애로 며칠을 앓아 눕는 액땜으로 시작했다. 다시 그렇게 아프지 않으려면 평소 건강한 식습관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원체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주 자극적인 음식의 유혹과 과식의 굴레에 빠져 다시 고생을 하고 이내 자책을 하곤 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러한 패턴이 작년에도 너무 똑같았다는 점이다. 어떤 날은 99% 같은 내용을 쓴 날도 있었다. 그만큼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이 미련스럽기 짝이 없다.

△둘째, 인간이 달라지긴 한다. 단, ‘아주 조금씩’. 그러한 패턴에도 조금의 ‘차이’를 발견했다. 작년에는 훨씬 더 잦게 유혹과 굴레에 빠지고 그 후에는 길게 자책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올해는(아직까지는) 그 빈도가 3번에서 2번으로 줄고, 자책과 비난의 강도는 100에서 70으로 약해졌다. 또한 벗어나는 데 드는 시간도 하루 종일에서 반 나절 정도면 되는 패턴이라는 것. 그만큼 작년보다는 올해 조금 더 유연해지고 탄력성이 좋아진 셈이다.

△셋째, ‘인간은 거짓말쟁이다’. 본래 필자는 감기는 잘 안 걸린다는 점에서 그나마 자부심이 있었고, 그것은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최근 마주한 작년 일기에선 독한 목감기로 기침을 달고 살아, 집에서나 회사에서 크게 고생한 흔적이 가득했다. 정말 금시초문도 그런 금시초문이 없는 기록이라 꽤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이 얘기를 들은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만큼 필자와 주변인들은 ‘단체로’ 기억을 망각하고, 심지어 왜곡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모두가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세 가지 사실이 비단 필자만의 경험인 것 같지는 않다. 3년 다이어리, 심지어 5년, 10년 다이어리를 쓴 이들의 후기에도 비슷한 고백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만 이러는 건 아니구나’ 싶어 안심되기까지 했을 정도다. 하긴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도 괜히 있는 게 아닐 것이다.

한편으론 살짝 움찔하게도 된다. 인간이란 거대한 빅데이터의 활용, 혁신적인 기술 변화 등으로 인류의 진보를 선도하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늘 반복되는 패턴에서 맴돌고 쉽게 잊어버린 채 제멋대로 기억을 왜곡해버리는 속성의 동물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렇게 가끔씩 통찰하고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이랄까?! 그러니 우리, 그래도 자신을 믿도록 하자. 하지만 또 너무 믿지는 말기로 하자.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8호(26.05.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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