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지휘자가 꾸린 美 현대음악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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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코 콩쿠르’ 우승 이승원
17일 국립심포니 첫 지휘
아이브스서 번스타인-거슈윈까지… 20세기 美 작곡가 작품 선보여
“표현의 유일성이 클래식의 매력… 세계 무대로 달려갈 일 기대돼”

2024년 4월 덴마크 ‘니콜라이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승원 지휘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1년 7개월 만의 국내 무대로, 국립심포니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하는 건 처음이다. 목프로덕션 제공

2024년 4월 덴마크 ‘니콜라이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승원 지휘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1년 7개월 만의 국내 무대로, 국립심포니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하는 건 처음이다. 목프로덕션 제공
2024년 4월, 지휘자 이승원(36)은 세계 3대 지휘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덴마크 ‘니콜라이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후 그의 이름 앞에는 ‘말코 우승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로부터 약 2년. 우승 특전으로 얻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무대를 거치며 그는 국제 무대가 주목하는 젊은 지휘자로 떠올랐다. 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가는 일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 20세기 미국을 한국 무대에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263회 정기연주회 ‘거슈윈, 파리의 아메리카인’은 이 지휘자가 세계 무대에서 체득한 감각을 국내 관객 앞에 펼쳐 보이는 자리다. 국립심포니와 투어, 기획공연 등으로 협업한 적은 있지만 정기연주회 지휘봉을 잡는 건 처음이다. 올해 국립심포니 지휘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한 그는 “국제적인 악단이 된 국립심포니 정기연주회에 데뷔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모두 20세기 미국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 바버의 첼로 협주곡,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 국내 정기연주회에선 자주 다루지 않는 레퍼토리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미 신시내티 심포니에서 부지휘자를 거쳐 수석부지휘자로 일한 경험이 선곡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따끈따끈한 사운드’가 아직 귀에 맴돌고 있을 때 이 음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 지휘자가 말코 콩쿠르에 지원했던 이유는 “젊은 동양인 지휘자로서 국제 무대에 진입하기 위해 콩쿠르가 필요하다고 간절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국 콩쿠르 우승 특전으로 24개 오케스트라와의 공연 기회를 얻었고, 영국 런던의 글로벌 매니지먼트사 해리슨패럿과도 계약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초청을 받고 소속사를 통해 공연 기회를 얻게 됐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 음악의 필요성 증명하고파

이 지휘자는 원래 국내에서 비올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세계적 비올리스트 타베아 치머만의 첫 한국인 제자가 됐다. 2009∼2017년 국내 대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비올라 멤버로도 활동했다. 실내악 경험은 지휘자로 전향한 뒤 중요한 자산이 됐다. “남들과 함께 소리를 섞어 가는 과정을 체험해 본 게 큰 자산이자 강점이 됐다”고. 제한된 리허설 시간 안에 문제를 찾고, 해결할 방법을 단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감각 역시 실내악을 하며 쌓았다.

그는 지휘자로서 자신의 개성보다는 작곡가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작곡가의 소리와 작품의 배경, 음악적 특징을 어떻게 최대한 끄집어내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젊은 지휘자로서 필요한 덕목은 ‘통합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단원들은 젊은 지휘자가 얼마나 깍듯한지를 보려는 게 아니라, 리더로서 자신들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지를 기대한다”고 한다.

이 지휘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지휘자가 거론되는 시대에도 음악의 즉흥성과 현장성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고 믿는다. 그는 “같은 곡, 같은 해석이라도 매 순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 순간에만 나오는 ‘표현의 유일성’을 오케스트라에 강조하는 편”이라고 했다.

“어떤 직업이 존속하거나 사라질지 모르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음악이 인간에게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해 나가는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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