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도하 라이브] 유남규, 현정화 등 韓 레전드들이 되돌아본 현역시절 세계탁구선수권대회…“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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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탁구 레전드들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수확을 기원하고 있다. 이 중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오른쪽 끝)과 현정화 협회 수석부회장(오른쪽 3번째) 등은 과거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월드클래스였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한국탁구 레전드들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수확을 기원하고 있다. 이 중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오른쪽 끝)과 현정화 협회 수석부회장(오른쪽 3번째) 등은 과거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월드클래스였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한국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적지 않은 메달을 따냈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 전까지 금 4.5·은 18·동메달 44개를 수확하며 종합 10위를 마크했다. 이 대회에선 복식에서 다른 나라 선수와 합작한 메달은 0.5개로 계산했다.

도하대회에는 수많은 한국탁구 레전드들이 후배들의 메달 수확을 기원하고 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오상은 남자대표팀 감독과 석은미 여자대표팀 감독은 물론,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한국마사회 감독), 유남규 협회 실무부회장(한국거래소 감독),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전 남자대표팀 감독) 등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들이 현재 도하에 있다.

이들은 현역시절 자신들이 따낸 메달을 떠올렸다. ‘레전드’라는 무게감 있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현역 시절 이야기를 할 때는 신난 아이처럼 추억에 젖었다.

메달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금메달이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는 유 부회장과 현 부회장은 자신들의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은 ITT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다. 그는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올라 한국탁구에 사상 첫 세계대회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사진제공│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은 ITT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다. 그는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올라 한국탁구에 사상 첫 세계대회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사진제공│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현 부회장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회 여자단식 금메달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당시 금메달 획득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국제탁구연맹(ITT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예테보리대회 이후 6개월 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 대회 임팩트가 커서 그런지 이번 도하대회에서 만난 ITTF 관계자와 중국 측 관계자들도 당시 대회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당시 중국 선수가 무려 10명이나 출전하는 자람에 32강부터 중국 선수들과 맞붙었다. 중국 밭을 이겨내고 한국탁구에 사상 첫 세계대회 단식 금메달을 안긴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세계적으로도 단식에서 금메달을 계속 따낸 선수가 많지 않다. 지금보니 간절해야 금메달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후배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바란다”도 덧붙였다.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아쉽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인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대회 혼합복식 금메달을 향한 애정이 크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아쉽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인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대회 혼합복식 금메달을 향한 애정이 크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유 부회장은 1988서울올림픽과 1986서울아시안게임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아쉽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유일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인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대회 혼합복식 금메달을 향한 애정을 보였다.

유 부회장은 “당시 현 부회장과 함께 혼합복식 정상에 올랐었다. 이 금메달의 존재 덕분에 3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은퇴 이후 코치, 지도자, 행정가로서 와도 여전히 재밌는 대회다. 가끔은 20대 시절로 돌아가 한국탁구에 금메달을 안기는 재미난 상상도 해본다”고 웃었다.

후배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 부회장은 “나는 어렸을 적 선배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웠다.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야 꿈나무들이 희망을 품고 더 노력을 할 것이다”며 “과거보다 중국 강세가 더 커진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이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목표를 갖고, 마라톤처럼 멀리보고 피나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상은 남자탁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은 2005년 중국 상하이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메달은 오 감독의 커리어 유일한 세계대회 단식 메달이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오상은 남자탁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은 2005년 중국 상하이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메달은 오 감독의 커리어 유일한 세계대회 단식 메달이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아쉽게 금메달에 닿지 못했지만 오 감독의 2005년 중국 상하이대회 남자단식 동메달, 주 감독의 2003년 프랑스 파리대회 남자단식 은메달도 이들에게 의미가 깊었다.

오 감독은 유일한 단식 메달인 상하이대회 동메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복식과 단체전에선 적지 않은 메달을 땄지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선 단식 메달이 하나 밖에 없었다”며 “당시 시상대에 오를 때 느낌은 너무 좋았다. 우리 선수들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웃었다.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은 2003년 프랑스 파리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베르너 슐라거와 맞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과 그 대회 이후 이름 석 자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 뿌듯함이 모두 공존한다. 사진제공│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은 2003년 프랑스 파리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베르너 슐라거와 맞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과 그 대회 이후 이름 석 자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 뿌듯함이 모두 공존한다. 사진제공│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주 감독은 접전 끝에 우승에 닿지 못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파리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베르너 슐라거(오스트리아)에 게임스코어 2-4(9-11 6-11 11-6 10-12 11-8 10-12)로 진 장면은 이번 대회 전광판에서도 송출될 정도로 명승부였다.

주 감독은 “슐라거와 6게임 10-11에서 계속 공을 깎으면서 버티다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그게 코트를 벗어나면서 패했다. 코트에 주저앉아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며 “사실 당시 스매시는 한 턴 뒤에 거는 게 맞았다. 슐라거를 상대로 앞서 한번 이겼던 적이 있어 너무 성급하고 자신감만 넘쳤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파리대회 은메달이 준 것도 많았다. 주 감독은 “당시 명승부는 세계랭킹 60위권 선수였던 나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그 대회 영상을 CD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며 “당시 23세에 불과해 세계무대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정상에 닿지 못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슐라거와 더 치열하게 맞서 싸울 것 같다. 후배들도 지금 세계무대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석은미 여자탁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3개나 땄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각별한 메달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세계대회 메달의 의미가 크다며 후배들도 자신처럼 노력해서 시상대에 서길 기대한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석은미 여자탁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3개나 땄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각별한 메달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세계대회 메달의 의미가 크다며 후배들도 자신처럼 노력해서 시상대에 서길 기대한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기억에 남는 메달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석 감독은 세계대회에서 동메달을 3개 땄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각별한 메달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파트너 이은실과 합작한 2002부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복식 은메달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특히 부산에선 중국에 1-3으로 지다, 승부를 7게임까지 끌고 가 듀스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금도 회자되는 명승부다.

그러나 세계대회 메달의 의미는 변함없이 크다고 강조했다. 석 감독은 “난 감각이 뛰어나거나, 힘이 기가 막히게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훨씬 더 노력했고, 주변 지도자들의 조언을 잘 흡수한 덕분에 주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며 “우리 선수들도 노력과 공부의 중요성을 숙지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도하(카타르)│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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