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국가대표팀 장우진이 20일(한국시간)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64강에서 벤야민 파라지(이란)를 게임스코어 4-0으로 꺾었다. 경기 도중 파라지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고 베테랑답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중동 선수들의 리액션이 과하긴 해요. 절대 말려들면 안됩니다.”
탁구국가대표팀 장우진(30·세아탁구단·세계랭킹 18위)이 관록이 묻어나는 조언을 전달했다. 그는 2015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10여년 동안 유수의 국제무대를 누빈 베테랑이다. 남자대표팀 최고참인 그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 중인 2025세계탁구선수권대회 기간 동료들에게 “이번 대회가 중동에서 열리지 않나. 이 권역 선수들의 돌발 행동에도 흔들리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장우진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벤야민 파라지(15·이란·161위)와 대회 남자단식 64강에서 게임스코어 4-0(11-4 11-8 11-7 15-13) 완승을 거뒀다. 자신보다 나이가 딱 절반 어린 선수를 맞아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장우진의 승리를 점치는 시선이 많았다. 당연한 승리처럼 보였지만, 이날 관중석의 이목을 끈 건 경기 중 파라지의 행동이었다. 파라지는 점수가 날 때마다 고성을 질렀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발로 땅을 차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린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장우진은 초연하게 파라지를 돌려세웠다. 간혹 심판석의 수건으로 땀을 닦을 때 파라지가 장우진을 향해 괴성을 내질러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파라지가 흔들리는 틈을 타 고비마다 연속득점을 뽑으며 손쉽게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우진은 경기 후 ‘스포츠동아’와 만나 “저 정도로 나이 차가 큰 선수와 붙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국내의 이승수(14·대전동산중) 선수와도 아직 맞붙지 못했다”며 “사실 상대의 리액션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은 아직 성인레벨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에서 중동 선수들의 리액션은 도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19일) 임종훈(28)-안재현(26·이상 한국거래소·10위)과 남자복식 32강에서 맞붙은 모하메드 엘베이알리-유세프 압델라지즈(이집트·26위)도 경기 내내 고성을 질렀다. 점수를 낼 때마다 심판석 옆에 있는 전광판으로 뛰어가 세리머니를 펼쳤고, 게임을 따낼 때면 경기에서 완전히 승리한 것처럼 기쁨을 자축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장우진은 “과한 리액션과 고성 등은 중동 선수들의 특징이다. 약을 올려 상대가 제 경기력을 펼치지 못하게 하는 선수도 있다”며 “어제 (임)종훈이와 (안)재현이의 경기를 영상으로 돌려봤는데, 상대의 도발과 고성이 심하긴 했다. 아마 종훈이와 재현이가 분위기에 말려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대회가 끝난게 아니라 조심스럽다. 종훈이와 재현이에게 따로 말을 해준 것은 없다”며 “중동에서는 축구에서도 ‘침대 축구’를 펼치지 않나. 이런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상대가 아닌 우리 스스로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도 설명했다. 장우진은 “나도 아마 조금 더 어렸으면 오늘 파라지의 도발에 반응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파라지전 승리를 넘어 대회 남자단식 메달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계속 마음을 다잡았다”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다보니 감정 조절도 종전보단 쉬워졌다. 소소한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과정에 집중해 결과가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도하(카타르)│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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