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수 90% 장악한 '레드칩 원팀'…엔비디아 연합군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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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 90% 장악한 '레드칩 원팀'…엔비디아 연합군 흔든다

엔비디아(설계), SK하이닉스(메모리), TSMC(파운드리).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3각 동맹이다. SK하이닉스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받아 엔비디아의 설계대로 TSMC가 제조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전략 물자’ 지위에 올라서며 AI산업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도 비슷한 기업들의 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화웨이(설계)를 중심으로 D램 제조 회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파운드리 기업 중신궈지(SMIC)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원팀’이다. 이는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를 필두로 각종 AI 반도체 제조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딥시크 같은 AI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도 중국 반도체 기업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화웨이 AI 반도체 약진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가 최근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950 시리즈를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딥시크의 최신 AI 서비스 ‘V4’ 개발에도 어센드950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 4월 어센드950을 내놓으며 “엔비디아 H20(중국용 보급형 제품)과 비교해 추론 영역에서 연산 성능이 약 2.9배 높고 가격은 4분의 1”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어센드950 성능이 엔비디아의 최상급 AI 반도체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화웨이는 물량 공세를 펼쳤다. 어센드950 수천 장을 연결한 AI 데이터센터 시스템인 아틀라스950으로 개별 칩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도 자국 빅테크에 ‘자국산 반도체’ 활용을 주문하며 우회 지원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약 40%이던 중국 AI 반도체 기업의 내수 점유율은 올해 9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 배경엔 촘촘한 생태계

5~6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자체 개발 AI 반도체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2019년 시작된 미국의 수출 통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고성능 장비를 구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웨이 등은 뛰어난 첨단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토대로 AI 반도체 개발을 이어왔다. 화웨이가 5월 공개한 ‘타우의 법칙’(칩 미세화 대신 데이터 전송 속도를 올리는 기술)은 EUV 없이도 수준 높은 AI 반도체를 제조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뒷받침한 건 중국 반도체 생태계다. 화웨이의 주문을 받아 어센드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 업체는 SMIC다. SMIC는 TSMC, 삼성전자를 거친 량멍쑹이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EUV 장비 없이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파운드리에서 나온 칩과 메모리 반도체를 묶어 AI 반도체로 작동하게 하는 최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2024년 중국 정부가 최대주주가 된 JCET가 간판이다. 이 업체는 2.5차원(2.5D) 패키징 등 AI 반도체용 공정에서 대만 1위 회사인 ASE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장비 분야에선 한국을 넘어선 지 오래다. 나우라는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인 증착, 식각에서 미국 장비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 중이다. 사이캐리어는 ASML이 독점하고 있는 EUV 노광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고속 성장 이어갈 전망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여전히 강력하다. 2024년 조성한 반도체 지원 3기 펀드는 약 100조원 규모로 EDA(설계 툴), 최첨단 패키징, HBM 제조 등에 자금을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의 경쟁력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SMI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넥스칩은 19% 늘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 증가율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 반도체 국산화 드라이브 수혜’를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파운드리와 메모리에선 아직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2나노 공정에서 경쟁 중인 TSMC, 삼성전자와 달리 SMIC는 5나노 공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CXMT가 올해 출시를 준비 중인 HBM 역시 2~3년 전 시장에 나온 제품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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