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군력은 미군 당국이 경계심을 표현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무기 조달과 예산 등을 책임지는 존 펠란 해군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올해 말까지 중국 공산당은 해군 함대에 거의 400척의 함정을 보유해 중대한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성장은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과 권력 투사 역량을 크게 강화한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문제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 8923억달러(약 1257조원)에서 약 13% 증액된 1조100억달러(약 1422조원)로 책정하는 등 해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을 비롯해 이지스구축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미국 최대 군함 제조업체인 헌팅턴잉걸스는 미국의 해군력 강화 최선봉에 있는 방산업체다.
HII, 美 유일의 핵잠수함 건조업체
1886년 설립된 헌팅턴잉걸스는 미국 유일의 항공모함 건조 조선소이자 미국 최대 규모의 군용 조선소를 보유한 회사다.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에 본사를 두고 있고, 미국에서 군함의 설계, 건조, 수리 등을 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약 10%로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 다양한 선주에게 2300척 이상의 선박을 인도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HD현대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어 함께 공동기술을 개발하는 파트너 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회사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주요 부문으로 운영된다. '잉걸스' 부문은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를 위한 상륙 공격함, 원정 전투함, 수상 전투함 등 비핵 선박을 설계 및 건조한다.'뉴포트 뉴스' 부문은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 원자력 추진 선박을 설계 및 건조하고,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의 급유 및 정비, 비활성화 서비스를 담당한다. '미션 테크놀로지' 부문에선 전자전 및 정보수집 시스템(C5ISR),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의 전장 의사 결정 적용, 방어 및 공격 사이버 공간 전략과 전자전, 무인 자율 시스템, 함대 유지, 중요 핵 작전 등을 수행한다.
헌팅턴잉걸스의 주가는 올 들어 34.3%(10일 기준) 오르는 등 상승세다. 올해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군함 수요가 계속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의회 합동 연설에서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위한 조선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4월에는 조선 역량 강화, 해운 인력 교육 강화, 국가 안보를 위한 적정 상선 건조 능력 확보 등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제목의 행정명령이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헌팅턴잉걸스는 이같은 정부 정책 지침으로부터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20개월 동안 5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이 보유한 수주잔고도 현재 48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회사 측은 "2025~2026년 신규 계약 수주는 500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건조하는 군함의 100%가 미국 내에서 건조되기 때문에 헌팅턴잉걸스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관세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도 자유로운 편이다.
'미션 테크'부문 고속 성장…비밀 연구부서 신설
최근 매출 등 실적은 주춤한 편이다. 지난 달 발표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헌팅턴잉걸스는 매출 27억달러, 주당 순이익 3.7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매출 28억500만달러, 주당 순이익 3.87달러에 비해 감소햇다. 주로 잉걸스 부문 '수륙양용 강습함'의 낮은 생산량 때문에 매출이 감소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뉴포트 뉴스 부문서 생산하는 항공모함은 미국 내 유일 생산 기업으로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생산하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감소할 수 없는 구조란 평가다. 또 매출 감소에도 1분기 회사의 주당순이익(EPS)은 3.97달러로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헌팅턴잉걸스 측은 "회사는 향후 연간 조선 매출을 89억~91억 달러 사이로 전망하며, 이는 2024년 대비 3% 증가를 의미한다"며 "내년까지 여러 척의 주요 선박 인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6년까지 이지스 구축함 한 척, 대형 상륙함 한 척, 핵 항공모함 한척, 핵잠수함 두 척 등 모두 다섯 첫을 미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미션 테크놀로지' 부문에 미래 성장동력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 부문에서 고에너지 레이저 드론대응 시스템 개발, 무인잠수정, 호주 잠수함 공급업체 자격 프로그램 계약 등을 달성하거나 진행 중이다. 1분기 미션 테크놀로지 부문의 EBITDA 마진(상각전 영업이익률)도 9.1%로, 작년 1분기(7.7%)보다 크게 좋게 나왔다.
미국의 군사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최근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헌팅턴잉걸스가 다양한 산업부의 기술을 통합하는 데 중접을 둔 비밀연구부서 '다크 씨 랩스(Dark Sea Labs)'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3개 부문의 다양한 포트폴리오 역량을 통합해 단일 사업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미션 테크놀로지' 부문이 사업의 중심인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기존 해군 잠수함에 미션 테크놀로지가 개발하는 무인잠수정을 함께 운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