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물러서면 ‘불량배’가 더 많은 걸 요구”…트럼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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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서 관세전쟁 속 反트럼프 연대
시진핑은 상하이 찾아 “국제 공동이익 수호”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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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협의체 브릭스(BRICS)에서 다자주의 메시지가 부각됐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을 불량배에 빗대며 강경한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28일 AFP통신에 따르면 브릭스 11개 회원국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왕 주임은 “미국은 오랜 기간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는 관세를 앞세워 각국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침묵하거나 타협해 물러선다면 ‘불량배(覇凌者)’가 더 많은 걸 요구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미국을 불량배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무릎 꿇지 않는다(Never Kneel Down)’는 제목의 약 2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중국어와 영어 자막을 단 이 영상에서 “타협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니며, 비굴하게 굴복하는 것은 결국 강한 압박을 자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의장국인 브라질의 마우루 비에이라 외교장관은 “전 세계는 무력 충돌과 정치 불안정을 겪고 있고, 다자주의가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다”며 “브릭스가 더 강력한 다자주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에 따르면 올 7월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선 ‘탈(脫)달러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고 있어 (달러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 초 브릭스 회원국들을 향해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중국의 경제·무역의 중심지인 상하이를 방문했다. 시 주석이 상하이를 찾은 건 2023년 11월 말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인공지능(AI) 산업단지인 ‘모쑤공간’(模速空間)과 브릭스 신개발은행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지우마 호세프 신개발은행 총재와 만나 “글로벌 사우스의 집단적 부상은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 공동 발전을 촉진하며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중요한 힘”이라며 브릭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자립과 고된 노력으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자신의 정당한 권익과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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