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암초에서 충돌해 갈등 격화
中해군, 日 EEZ에서 사격훈련 논란도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필리핀군은 20일 중국 해경이 양국의 영유권 분쟁지 ‘세컨드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일대에서 자국 병사를 폭행해 부상을 입힌 동영상을 공개하며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 또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19일 러시아 해군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항해하고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내 억지력이 감소한 틈을 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필리핀 “中이 곤봉으로 폭행” vs 中 “왜곡”
20일 필리핀군에 따르면 이날 중국 해경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이곳에 정박한 필리핀 해군 군함에 접근해 촬영을 했다. 필리핀 측은 중국에 물러날 것을 요청했지만 중국 해경들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들의 머리 등을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군은 중국 해경들이 곤봉을 휘두르는 영상, 이로 인해 머리가 찢어진 필리핀 병사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필리핀은 1999년 이 암초 인근에 노후 전함 ‘시에라마드레’함을 고의로 좌초시킨 뒤 10여 명의 군 병력을 배에 상주시키고 있다. 2024년 6월에는 중국 해경이 모터보트로 필리핀 해군 보트를 들이받아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됐다.
필리핀 국방부는 20일 성명에서 “이번 폭력은 중국의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에 대한 신뢰를 상실케 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도 같은 날 “필리핀의 합법적 해상 작전에 대한 중국의 도발은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거듭된 약속에 어긋난다”며 역내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필리핀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맞섰다. 필리핀 고무보트가 먼저 위협적으로 중국 해경 순찰정에 접근했고 중국 해경을 공격하며 안전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필리핀이 먼저 도발하고도 오히려 책임을 중국에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하이메 플로르크루스 주중국 필리핀대사도 초치했다.21~2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이 이번 사태를 두고도 강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에 따르면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인근에서 중국 함정이 활동한 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하루 평균 5.2척이었다. 2024년 1.4척, 2025년 3.0척과 비교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 中, 베트남·대만과도 영유권 갈등
중국은 베트남과는 파라셀 군도를 놓고 갈등 중이다. 올 3월 중국이 파라셀 군도 내 앤텔로프 암초에서 대규모 준설 및 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베트남은 “허가받지 않는 중국의 활동은 완전히 불법이고 무효”라며 파라셀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중국 해경은 올 5월과 6월에는 둥사군도에서 대만 해경과 대치했다. 3개의 섬으로 이뤄진 둥사군도는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대만 본섬에서 4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오히려 중국 남부 광둥성과는 불과 260km 떨어져 있어 양국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 中, 日 EEZ서 첫 사격 훈련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는 19일 오전 2시쯤 일본 오키노토리섬 남서쪽 약 330km 해역에서 중국과 러시아 해군 4척이 항해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중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1척은 오키노토리섬 남서쪽 약 180km 해역에서 기관총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오키노토리는 수도 도쿄에서 1700km 이상 떨어져 있으며 필리핀과 가깝다.
일본 방위성은 당시 사격 훈련이 일본의 EEZ 안에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위성이 중국 함정의 일본 EEZ 내 사격을 확인해 공표하는 건 처음이다. 방위성은 이 훈련이 일대를 지나는 각국 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중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관방장관은 21일 “중국과 러시아 함정의 동향을 우려하며 주시하고 주변 해역 및 공역에 대한 경계 및 감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을 방문 중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도 20일 현지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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