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오의 사막지대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코첼라는 1999년 시작돼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대규모 음악 축제다. 미 역사상 최장기간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한 샌더스 의원은 오후 9시경 유명 싱어송라이터 클레어로의 공연이 끝난 뒤 옆 무대에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샌더스 의원이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르자 팬 수백명이 소리를 지르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켠 채 달려왔고, 바로 옆 무대에서 팝스타 찰리XCX가 블록버스터급 공연을 이어갔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바람에 백발을 휘날리며 “클레어로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수천 명의 여성과 어린이가 죽어가는 가자지구의 잔인한 전쟁을 종식하는 데에 자신의 명성을 활용하려 노력했다”고 칭찬했다. 또 젊은 관객들에게 “미국은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며 “미국의 미래는 여러분 세대에 달려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여러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지만, 정의를 위해 일어나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할 때 관중들이 ‘우’ 하며 야유를 쏟아내자 “나도 동의한다”라며 “그는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하지만, 위험할 정도로 틀린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경제는 억만장자들에겐 아주 잘 작동하지만, 노동자 가족에게는 그렇지 않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앞서 이날 낮에 LA에서 샌더스 의원이 열었던 ‘과두정치 저지’ 집회에는 3만6000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난달 7일 위스콘신주 커노샤 집회에는 4000명이 참여했지만, 점점 세를 불려 약 한 달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AFP통신은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뒤 동력을 잃은 가운데 샌더스 의원이 반트럼프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무대에 함께 오른 유명 싱어송라이터 매기 로저스는 샌더스 의원의 이름과 ‘코첼라’를 더해 “버니첼라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4선 상원의원인 그는 2016년과 2020년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지만,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밀렸다. 다음 대선에는 출마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미 CBS방송은 그가 “최근 몇 년간 상원에서 진보 거두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내 대표적 ‘샌더스 키즈’로 꼽히는 30대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그를 대신해 차기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이날 집회를 포함해 전국 순회에 자주 동행하고 있다. 한편 보수성향 폭스뉴스는 샌더스 의원이 “럭셔리 뮤직 페스티벌을 찾은 관중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억만장자’를 조롱했다”고 비꼬았다. 코첼라 공연 티켓은 12일 공연을 포함한 3일권이 최저 599달러(약 85만 원)부터 시작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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