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무부 “말 아닌 행동으로 러시아 판단할 것”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키이우 당국(우크라이나 정부)에 2022년 중단된 회담을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며 “15일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 지체 없이 협상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휴전에 합의할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를 원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방진영은 시간을 두고 러시아의 진정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11일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 X에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러시아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에게 “(푸틴의 대화 제안은) 첫걸음이지만 충분치 않다. 무조건적 휴전이 협상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푸틴의 대화 제안은 전날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정상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나 공동으로 러시아를 압박한 직후에 나왔다. 5개국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12일부터 공중, 해상, 육지에서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30일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에너지 및 은행에 대규모 새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개국 정상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제안과 제재안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10일은 푸틴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사흘간의 휴전이 종료된 날이기도 하다. 푸틴은 열병식 당일이었던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우방국 정상들을 초청해 세력을 과시했다.
● 트럼프 “푸틴 우크라 전부를 원한다” 비판휴전 논의에 소극적이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밝힌 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하며 종전을 종용했다. 앞서 3월 백악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이며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갔다. 반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호의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와 협력하는 게 더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하지만 지난 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티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독대한 직후 대러 2차 제재를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이)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광물협정을 체결하며 관계 회복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엔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30일 휴전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협력국들은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중재 외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태세 전환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참모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길 원하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타협을 거부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모임에서 후원자들과 대화하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협상하기가 특별히 어렵다며 “그(푸틴)가 우크라이나의 전부(the whole thing)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그 이상 중재에 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