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소환조사를 앞두게 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 모두에게 '명태균 게이트' 관련 공천 개입 가능성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틀 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오는 29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수사 협조 요청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냈다. 같은 날 김 여사에게도 다음 달 6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우편으로 송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은 출석 요구와 관련해 "성실히 조사받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입장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전직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를 불러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출범한 국정농단 특검팀(특별검사 박영수)으로부터 소환조사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데다 미혼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정치 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게이트'에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조사를 받았을 뿐 특검 조사 대상은 아니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경우 이들에게 공천 개입 혐의를 물으면서 '명태균 게이트' 진상을 파악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2022년 대선 전 '정치 브로커'인 명씨에게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구상찬 전 의원과 공재광 전 평택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윤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당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공천을 요구하는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그간 '건진법사' 전성배 씨 각종 이권개입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집사 게이트' 김예성씨 관련 의혹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해 왔다.
관건은 윤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구속된 이후 건강상 이유 등을 들면서 내란특검팀의 소환조사 요구에 불응해 왔다. 김 여사도 특검의 수사를 앞두고 극심한 우울증 등을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전력이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건강상 이유로 이후 출석 요구에 불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