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3시간여 앞두고 이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앞 국제루터교회 인근에서는 보수단체 등 500여 명의 시위대는 응원가를 틀고 “윤석열 기각”,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STOP THE STEAL’(부정선거를 멈춰라)이 적힌 종이 피켓을 흔들며 인도를 행진하기도 했다.
‘내란 선동 민주당 해산’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한 중년남성은 “꼭 기각이 돼야 한다”며 “이재명도 구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보빌딩에서 500여m 떨어진 일신빌딩 앞에는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다만 이곳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밤샘집회를 이어온 이들 100여 명은 12·3 계엄과 관련된 뉴스 보도를 틀어 놓고 몸을 풀거나 자리를 정돈하며 본집회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0시부터 경찰에 갑호비상이 발령되면서 관저 인근 경비도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관저 인근에는 경찰 차벽과 안전펜스가 설치됐고, 두 집회 장소 사이 통행로에도 10m 간격마다 경찰이 서 있고 바리케이트가 놓여 있었다.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은 적막한 가운데 긴장감이 흘렀다. 경찰은 헌재 일대 150m가량에 경찰버스 차벽을 세우고 기동대 등을 대거 배치해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헌재 직원과 취재진, 경찰을 제외하면 헌재 근처로 접근할 수 없다. 매경닷컴도 이날 헌재 정문에 도달하기까지 경찰에 세 차례 기자증을 제시해야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거나 ‘Stop the Steal’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였다.
진압복 차림의 경찰 기동대원들은 “그래도 주말까지면 좀 정리될 거야”라며 한쪽에서 담뱃불을 주고받았다. 길가 곳곳에는 앰뷸런스와 소방 차량이 배치됐다.
비슷한 시각 광화문 일대는 비교적 한적한 모습이었다. 지원나온 경찰들이 삼삼오오 순찰을 돌 뿐 소규모 집회나 1인 시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 교통이 통제되면서 이날 오전 사전 신고된 집회는 없었다.
광화문빌딩 앞에서만 대형 전광판을 통해 전광훈TV가 실시간 방송됐다. 방송에서는 단상에 오른 사회자가 연신 “탄핵 기각”을 외쳤다.
이날 헌재와 대통령 관저 등 인근 대중교통 대부분이 통제됐다. 한강진역과 안국역은 폐쇄되고 인근 지하철역도 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한다. 종각역·시청역·종로3가역·을지로입구역·을지로3가역·경복궁역·광화문역 등 24개 역사에 약 415명의 안전관리 인력이 배치됐다.
여의도 국회 앞은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정문 앞 횡단보도부터 국회 담장과 길목 등에 수십 명의 경찰이 바리게이트를 쳤다. 정문에 가까이 접근하기 전부터 경찰은 “출입증을 패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문 맞은 편 도로에는 수년 째 점거 중이던 하이트 진로 시위 버스가 사라졌고, 국회 주변은 관광버스를 동원한 차벽이 설치됐다. 국회의사당 본관 옆을 둘러싸며 주차돼 있던 중계차량은 소통관 쪽으로 옮겨졌다.
시내버스는 경찰 교통 통제에 따라 임시 우회 운행한다. 안국역 일대, 광화문 KT 인근 세종대로, 동화면세점부터 시청역까지, 서울역부터 숭례문 일대가 통제됐다. 이에 따라 150개 노선이 가변차로로 우회하거나 전면 통제로 운영된다. 이 외 여의도역~국회의사당역 등 117개 노선이 조정됐다.
이날 광화문 인근 기업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출입구를 봉쇄했다. 광화문 인근 시중은행 점포 일부는 휴점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헌재 앞 재동교차로 일대 율곡로를 전면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해 이날 전국 경찰서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전국에 기동대 337개, 2만여 명을 투입해 질서 유지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서울에 210개 부대, 1만4000여 명의 기동대가 집중 배치해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유지한다. 탄핵 찬반 단체간 사전 차단선을 구축해 충돌을 방지한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진행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이곳에서 탄핵심판 결과를 생중계로 지켜볼 예정이다. 대리인단은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질서 유지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