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떠돌던 고려 ‘사경’-조선 ‘시왕도’ 고국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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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10.9m 사경, 모두 갖춘 완질본
시왕도는 日경매시장서 낙찰받아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의 변상도 부분. 비로자나불이 설법하는 장면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의 변상도 부분. 비로자나불이 설법하는 장면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불교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14세기 사경(寫經)과 조선 전기 ‘시왕도(十王圖)’가 일본을 떠돌다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오전 두 문화유산을 공개하고 “고려시대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조선 전기 ‘시왕도’를 협상과 경매 등을 거쳐 환수했다”고 밝혔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감색 종이에 금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옮겨 쓴 사경이다. 사경이 갖춰야 할 구성을 빠짐없이 갖춘 완질본으로, 두루마리를 펼쳤을 때 가로 길이가 10.9m에 이른다. 발원문에는 1334년 정독만달아(鄭禿滿達兒·1290∼?)가 부모님과 황제의 은혜에 감사하며 발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독만달아는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로 건너가 관직에 오른 환관이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전문 사경승의 수준 높은 솜씨가 돋보이는 유물”이라며 “보물로 지정돼 있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본(권15)과 발원문 내용이 일치해 동질본(同帙本)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경은 지난해 10월 고미술을 거래하는 일본인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연락해 온 뒤 협상을 거쳐 가져오게 됐다.

시왕도는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시왕을 모두 담고 있다. 현전하는 조선 전기 시왕도 가운데 10폭 구성을 온전히 갖춘 건 해당 작품과 일본 교토의 사찰인 호쇼지에 있는 것 등 2점뿐이다. 1980년대부터 존재가 알려졌던 개인 소장본으로, 재단이 2023년 일본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낙찰받았다.

박은경 동아대 명예교수는 “조선 불화 중 드물게 고려 후기 불화의 표현 기법과 도상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며 “특히 제6 변성왕도는 연꽃이 만물을 탄생시킨다는 ‘연화화생’이 (지옥 장면에서) 등장하는 첫 사례”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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