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반도체 판매제한, 동맹-우방국에도 확대 검토”

2 days ago 7

각국 관세협상서 무기로 사용 의도
韓에 中 우회수출 금지 거론 가능성
美업계선 “비현실적 방안” 지적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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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 주요 동맹국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판매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을 깨고, 각국 정부와의 개별 협상을 통해 별도의 판매 상한선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간 미국은 중국 등 적대국에 자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AI 반도체의 판매를 제한해 왔는데 이를 동맹과 우방으로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관세 등 통상 협상에서 반도체를 주요 협상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수립한 AI 반도체의 수출통제 국가별 등급제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 전 장관은 이 매체에 “(기존의) 등급 분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현재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수립된 기존 제도는 세계 각국을 3개 등급(tier)으로 분류해 등급마다 고성능 AI 반도체의 수출 물량을 차등화했다. 한국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총 17개 동맹국과 우방국으로 구성된 최상위 등급은 제한 없이 미국산 고성능 AI 칩을 구매할 수 있다. 120여 개국에 달하는 다음 등급의 국가는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할 때 상한선이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북한, 이란 등 20개 적성국은 고성능 AI 반도체의 구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초 이달 1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이 조치를 각국 정부와의 개별 협정으로 대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AI 반도체 수입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 예상해 왔던 만큼 해당 제품 수입 상한선이 통상 협의 때 의제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안게 된다.

한미 양국 통상 협상 대표단이 지난달 24일 협의를 본격 시작한 가운데 향후 미국이 한국을 중국으로의 반도체 우회 수출 금지 같은 조건들도 거론하며 협상에서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 센터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내 기업도 양국의 통상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다만 미국 반도체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오러클 등은 등급별로 반도체 수출 물량에 차등을 둔다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또 이 규제로 두 번째, 세 번째 등급에 속하는 나라들이 미국산 고사양 반도체 대신 중국산 저가 반도체로 눈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집권 공화당의 주요 상원의원들도 주무 장관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기존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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