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부(국방부)가 8일(현지시간)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 D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을 ‘군사기업’으로 지정했다. 이 기업은 미국 정부의 방위산업 계약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민간기업과의 거래도 위축되고 장기적으로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혁신산업 기업 대거 추가
전쟁부는 국방수권법 1260H조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의 명단을 발표했다. 188개 기업을 나열한 이 명단에는 전기차, 배터리부터 로봇, 바이오까지 중국에서 혁신산업을 대표하는 회사가 대거 추가됐다. 드론 기업 DJI 등 130곳이 포함된 지난해 명단과 비교해 대상이 크게 늘었다.
전쟁부는 “중국군이 ‘민간 기관으로 보이는 중국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첨단 기술 및 전문 지식을 습득하려고 한다”며 군사기업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군대와 안보기관이 직접 통제하지 않더라도 중국 방산의 기틀이 되는 기업은 문제 기업으로 분류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 명단에 대거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다. 전쟁부는 이 회사가 중국 산업정보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중국 국방산업 기반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SCCCP)는 성명을 통해 이 명단 지정이 “미국 기업, 모든 정부기관 그리고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경고”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은 반발
전쟁부는 지난 2월에도 이 명단을 일시적으로 게시했다가 몇 분 만에 철회했다. 당시에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제외됐는데 이번에는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당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를 백악관이 전쟁부에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자동차 제조업체 BYD가 포함된 배경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BYD 등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는데도 이번 명단에 포함된 것은 미국 내에서 경계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을 멈춘 것이 아니라 경쟁이 지속되는 분야를 명확히 확인해주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봇 기업 유니트리, 세계 최대 무선 공유기 업체 TP링크 중국법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 우시앱텍 등도 명단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해당 명단을 두고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억압한다”며 “중국은 자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잇달아 항변했다. 알리바바는 성명을 통해 “중국 군사기업이 아니며 어떤 군민융합 전략에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두도 자사를 군사기업으로 지정한 것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韓 기업 수혜 볼까
전쟁부는 이달 말부터 명단에 오른 기업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게 금지된다. 내년부터는 제3자를 통해서도 이들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다. 이번 결정 자체로 미국과의 거래가 모두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부와 협력 관계인 민간 기업은 이 기업들과의 거래를 꺼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CNBC는 평가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활동에 제약이 커지면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해 온 CXMT, YMTC가 명단에 포함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우시앱텍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미국 배터리·전기차 시장이 중국에 열리는 시기가 늦춰지면 국내 배터리 및 완성차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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