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휴전때 中물량 확보”…中 “주문 쏟아져 다음달 말에나 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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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확보도 어려워서 이번 주에 미국 바이어들로부터 받은 주문량은 다음 달 말에나 배에 실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 무역중개업을 하는 장모 씨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합의 이후 주문량이 폭주해 그동안 선적을 미뤘던 물량을 우선 처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14일부터 각각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는 ‘관세 휴전’에 돌입하면서 꽉 막혔던 양국 간 무역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미중이 협상을 벌이게 될 90일의 유예 기간 동안 최대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려는 미국 수입업체들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행 컨테이너 확보도 어려워 일각에서 ‘물류 대란’ 조짐까지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 “물건 있어도 컨테이너 확보 어려워”

14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컨테이너 데이터 분석업체 ‘비전’의 자료를 인용해 미중이 90일간의 관세 인하를 발표한 12일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예약이 277% 급증했다고 전했다. 145%에 달하는 대(對)중국 추가 관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항구나 공장 창고에 쌓아 놓은 완제품들을 유통시켜야 하는 데다 관세 합의 후 주문량이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이우에서 주로 수출하는 잡화, 생필품의 경우 미국 내 수요가 일정한 편이라 그동안은 1개월 단위로 주문하는 거래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품목에 관계 없이 3개월 치 물량을 한꺼번에 주문하고 있다. 미국 수입업체들이 90일 후 미중 협의가 결렬될 경우 다시 관세가 오를 수 있다는 불안에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미국 거래처들은 향후 미중 합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수개월 간 오락가락한 도널드 트럼트 미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 바이어들은 물량 확보와 납기일 내 생산이 가능한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는 게 이우 수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관세 전쟁’ 여파로 멈춰 섰던 중국 제조업체들도 다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미국 측 주문량이 몰리자 평소 납품액의 30% 수준이던 계약금을 50%까지 높여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실질 관세 최대 70% 수준에 물류비 급등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낮췄지만 기존 품목별 관세를 고려하면 실질 관세는 60~70% 수준이라는 게 중국 내 수출업체들의 주장이다. 최종 소비자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마진 감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여름 성수기까지 겹치면서 나타나는 물류비 상승도 부담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운송업체들이 15일부터 FEU(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당 1000~2000달러의 태평양 횡단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13일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향후 90일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주문 폭주를 보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몇 달 동안 운송비도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4일과 9일 미국 관세 보복 조치로 시행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중국은 12일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겨냥한 비관세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날 발표에서 지난달 4일 시행된 사마륨 등 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 통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 당시에도 미국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공지 없이 통제를 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은 “희토류 기업 3곳이 최근 수출 허락을 받았는데, 이들의 최종 고객은 유럽과 미국 소재 기업”이라고 15일 보도했다.

한편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7일 예고한대로 경기부양 등을 위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춘다고 15일 밝혔다. 지준율이 0.5%포인트 내려가면 시장에 약 1조 위안(약 194조 원)의 장기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런민은행은 내다봤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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