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다시 전운]
상호관세-글로벌관세 제동 걸리자 ‘무역법 301조’ 보복관세 부과 임박
“韓-中 등 강제노동 제품 차단안해”
공급과잉 이유 추가 부과 가능성… 배터리-전기장비 등 피해 우려

한국은 지난해 7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하지만 이후 새로 추진되는 무역법 301조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의 원인을 한국의 ‘구조적 과잉 생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노동 생산 제품을 수입했다는 이유로 예고된 12.5% 관세에 공급과잉 관세까지 추가되면 한미가 합의한 15% 상한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 상호관세 막히자 글로벌·보복관세 전략

지난해 4월에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한국에는 25%가 예고됐지만 정부는 대미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을 협상 카드로 내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말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각각 15%로 낮췄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원이 올해 2월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관세 체계가 다시 흔들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시방편으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발표하고 2월 24일(현지 시간)부터 적용했다. 최장 150일 동안만 부과할 수 있는 글로벌 관세는 이달 24일 0시 1분에 종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관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새로운 관세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60여 개 경제권이 강제노동 제품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고 정부 지원으로 과도하게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는 논리를 내세워 조사에 착수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경쟁국의 산업 정책을 압박할 또 다른 관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배터리-디스플레이-석화 부담 커질 수도
10%의 글로벌 관세가 12.5%의 강제노동 관세로 대체되면 한국산 제품의 기본 관세 부담은 2.5%포인트 높아진다. 아직 구체적인 부과 계획이 나오지 않은 공급과잉 관세까지 더해지면 최종 관세율이 한미 무역합의에 따른 상한선인 15%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하면서도 합의 대가로 얻은 관세 인하 효과는 누리지 못하게 된다. 투자 부담은 유지되면서 관세율만 높아지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수출품이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는 각각 별도의 품목관세가 적용되고, 반도체도 한미 합의에 따라 주요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하면서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와 전기장비, 일반기계·산업장비, 디스플레이, 플라스틱·화학, 섬유·의류 등 기존 글로벌 관세 대상 품목은 301조 관세에 직접 노출된다. 최종 관세율이 15%를 넘으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 대미 수출 감소가 장기화하면 국내 생산과 설비 투자,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산 제품에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경기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정부는 한미 무역합의에서 정한 15%를 최종 관세율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미 미국에서 미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22일 미국을 찾아 301조 관세 문제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차지호 의원과 국민의힘 조정훈, 배준영 의원은 19일(현지 시간) 6박 7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등을 방문하고 있다. 24일 트럼프 정부가 새 관세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의회 차원의 우려 등을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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