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벙커버스터 14발→이란 미사일 14발 보복 ‘약속 대련’…72시간만에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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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충돌서 휴전까지 72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헤이그로 출발하기 전 마린원 탑승에 앞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06.24.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헤이그로 출발하기 전 마린원 탑승에 앞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06.24.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6월 13일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6월 13일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선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

이날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고농축늄 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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