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사들, 기업회생 위해 런던으로 '파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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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부담에 몰린 미국 상장사가 영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회사법에 따른 기업회생 절차가 더 빠른 데다 대주주 지분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에너지 인프라 기업 뉴포트리스에너지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57억달러에 이르는 빚을 진 이 회사는 기업회생을 통해 부채 규모를 5억2700만달러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에서 이 같은 규모의 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대주주 지분이 크게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영국 법정에서 뉴포트리스에너지 주주들은 기존 대비 35% 수준의 지분을 남기고 회사의 상장 지위도 유지하게 됐다.

이는 영국의 기업회생 제도 ‘파트 26A’ 덕분이다. 미국 기업회생절차 ‘챕터11’과 다르게 특정 채무만 골라 구조조정할 수 있어 절차가 빠르다. 미국식 파산 절차에선 채권자가 돈을 다 돌려받은 후에야 주주가 자신의 몫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파트 26A를 통하면 일정 요건 아래 기존 주주가 지분 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시계 제조업체 파슬, 암호화폐 채굴업체 아르고블록체인 등 나스닥시장 상장사가 지난해 말부터 영국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WSJ는 “글로벌 파산 관광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기업이 국경을 넘나들며 자사에 유리한 파산 법 규정을 갖춘 국가의 규정에 따라 기업회생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재러드 엘리아스 미국 하버드 로스쿨 교수 등은 최근 논문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에 별 연고도 없는 유럽 기업이 챕터 11을 적용받기 위해 미국으로 오는 파산 관광이 이뤄졌다”며 “파트 26A가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며 여러 거점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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