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회담 파행’ 두달만에 극적 타결
우크라 희토류 3경7180조원 가치… 양국 공동개발후 재건기금 활용
트럼프 “채굴현장 美 있으면 러 못와”… 구체적 안전보장 내용은 명시 안돼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의 핵심 재료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희토류 가치가 26조 달러(약 3경7180조 원)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에 매장돼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광물 채굴) 현장에 있으면 나쁜 행위자(러시아)들이 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보수 성향 케이블 ‘뉴스네이션’이 개최한 타운홀 행사에선 ‘광물 협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억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협정과 미국의 군사 지원을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안전 보장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고, 협정 타결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美-우크라 모두 윈윈”
이날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광물 협정에 서명했다.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복구, 재건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반영한 협정”이라며 “두 나라 모두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도 “역사적인 경제 파트너십”이라며 “끔찍하고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도록 촉진하는 것에 미국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올 2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워싱턴 백악관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지 두 달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장례식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1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하며 그를 설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이 전했다. 두 나라는 재건 기금을 5 대 5의 비율로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 미국의 기존 군사 지원에 대한 보상 방안, 전쟁 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및 소유권을 미국이 넘겨받는 방안 등은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군사 지원을 약속받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광물 개발의 우선권을 갖게 돼 ‘윈윈’이라고 진단했다.
● ‘트럼프 측근’ 그레이엄, 러 제재법 발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 타결을 주요 치적으로 적극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은 이번 협정으로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협정 타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재집권 100일을 맞은 그는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내외부 비판 등으로 지지율이 줄곧 하락세였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같은 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이 56%로 ‘지지한다’(36%)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이는 그의 집권 1, 2기를 통틀어 최저 수준의 지지율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집권 공화당의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거부하거나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한다면 러시아와 그를 지지한 국가 모두를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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