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고위급 협상 종료
트럼프 이란 위협에 한때 파행
우여곡절 끝 종전 로드맵 합의
후속협상 고위급위원회 설립
원유수출·자금동결 해제 논의
美당국자 "실무협상틀 마련"
이란 측 "상당한 진전" 평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양국 대표단의 첫 만남은 18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 끝에 레바논 사태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한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레바논 남부에서의 휴전 이행 문제는 이스라엘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종전 MOU 후속 회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21일(현지시간) 오전 스위스 루체른의 호숫가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려 다음 날 새벽 종료됐다. 이날 협상은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 대표단을 포함한 '4자 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레바논 남부에서의 휴전 이행 문제가 주요 안건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측 외교당국자는 '레바논 내 충돌 방지 메커니즘과 휴전 이행' 문제가 이날 협상에서 쟁점이 됐다고 말했다. 중재국 측 소식통은 레바논에 대한 논의가 "팽팽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핵 합의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논의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관련한 이란의 발언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미 외교당국자는 설명했다.
회의 결과 양국은 레바논 내 군사작전 중단을 보장하기 위한 '충돌방지기구'와 상선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을 위한 '통신 채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MOU 후속 협상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고위급 위원회와 핵 문제·제재·분쟁 해결에 초점을 둔 실무그룹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회담에 참석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의 석유·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봉쇄가 해제됐으며, 일부 동결자금 해제와 함께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번째 시험대: 레바논 충돌방지기구'라고 적어 레바논 사태의 해결이 앞으로 협상의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회담 뒤 이란 국영방송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항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마련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으며, 이는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미 외교당국자도 액시오스에 이번 회담이 "힘들었지만 유익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진행될 실무협상을 이끌 기본 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이행을 위한 첫 협상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 D 밴스 부통령이 이날 오전 회의에 앞서 "최근 몇 시간 동안 이미 큰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추가 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협상은 긍정적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않으면 "이란을 다시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위협하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입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는 회담에 참석 중인 이란 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위협에 대해 항의했다고 X에서 전했다.
이어 이란 대표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의회 의장도 X에 "그들은 말을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우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날 회의가 80분 만에 정회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한 이란 협상팀이 협상장을 떠났다는 이란 국영 IRNA통신의 보도가 중간에 나왔다. 이에 협상이 파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후 이란 대표단이 협상에 임하고 있고,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성명을 냈다. 회담에 참여한 한 미국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이란 측은 떠나지 않고 여전히 이곳에 남아 밤늦도록 회담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해협, 레바논, 핵 문제, 양해각서 이행 세부 사항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위급 회담은 22일 마무리됐지만 기술진은 추가 회담을 위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이후에도 아라그치 장관의 언급대로 레바논 사태의 해결은 향후 MOU 논의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역에 주둔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며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떤 외교적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북부의 소중한 주민들과 전체 국민을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레바논 남부의 보안 구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 지도자인 나임 카셈은 헤즈볼라 방송인 알마나르TV에서의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범죄를 더 저지른다 해도 레바논에 계속 머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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