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접 모금 행사 나서기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일과를 보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주말을 보내고 있는지 살펴봤다.
● 미국 대통령의 ‘워라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단 한 번도 주말 내내 백악관에 머문 적이 없다. 2월 22일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행사에 참석한 주말을 빼고는 항상 트럼프 가문 소유 골프클럽이나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했다. 사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나 사저에서 주말을 보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역시 주말이면 사저로 갔다. 델라웨어주 웰밍턴에 있는 자택이나 레호보스 별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다만 조용히 주말을 보냈다.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가거나 상점가에 외출할 때를 빼고는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CNN 타운홀 행사에서 “백악관에서는 편하게 있기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의 절친이자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테드 카우프먼은 미 공영라디오(NPR)에 그가 주말마다 사저로 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어난 모습 그대로 잠옷을 입고 대강 아침을 만들어 먹고 싶다고 합니다.”
●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치료’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치기만 하면 트위터에 게시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골프를 칠 시간이 있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뉴욕 증시가 폭락하던 3,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 투어’를 돌고 있었다. 목요일인 3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5시경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골프장에 도착했다. 이 골프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대회의 만찬에 참석했다. 4~6일에는 팜비치에 있는 골프장 2곳에서 골프를 친 뒤 6일 밤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흘간 방문한 골프장은 모두 트럼프 가문 소유 골프장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일 LIV 골프 대회가 열린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의 객실 643개는 주말 내내 매진이었다. 1박 숙박료는 최대 1만3000달러(약 1900만 원)에 달한다. 4일에는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트럼프 인터네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에 나섰다.
전날 마러라고에서는 보수 정치단체의 모금행사가 열렸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연사로 나선 이 행사에는 수백 명이 참석하며 리조트 수입을 올려줬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모금행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 슈퍼팩(정치자금모금단체) ‘마가’(MAGA)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인당 참가비가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인 이 행사에 약 20명이 왔다.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로더의 상속자 로널드 로더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이 1 대 1 식사도 응하고 있고, 돈을 더 많이 내면 이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기업인들이 500만 달러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하려고 줄을 섰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3선에 도전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모금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NYT는 “공화당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고, 와이어드는 소식통을 인용해 “퇴임 후 지을 기념 도서관 건립 비용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마러라고에는 그림자가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토요일이었던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저녁 식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전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느 평범한 저녁처럼 수영장이 딸린 야외 테라스 식당에서 어렵사리 회원권을 구해 그를 만나러 온 사람들에 둘러싸여 식사를 했다. 평소 루틴대로 최애곡 빌리지피플의 ‘YMCA’를 크게 틀어놓고 춤도 췄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재밌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마러라고 일상은 트럼피디아 1화에서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에도 2시간을 날아가 마러라고에 갔다. 현지 매체 팜비치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태운 에어포스원은 11일 오후 8시경 팜비치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날 둘은 마러라고에서 열린 공화당계 모금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잦은 주말 비행에도 불구하고 민생 현장은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취임 직후인 1월 24일 허리케인과 산불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네바다주를 묶어서 돈 당일치기 순방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1기 때와 비교해 부쩍 줄어든 국내 일정을 두고 한 측근은 “최고령 대통령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이처럼 백악관 아니면 각종 ‘트럼프’ 골프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보고 겪은 세상의 사실상 전부다. 그가 만나는 외부인도 대부분 선물과 용건을 들고 찾아오는 해외 정상과 기업인 뿐이다. 그가 평범한 미국인의 삶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9화 요약: 역대 미국 대통령은 주말이면 백악관을 떠나 휴식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부분의 주말을 보낸다. 다만 각종 행사로 돈을 쓸어 담으며 이해 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취임 후 83일간 거의 백악관과 마러라고만 오간 동선 탓에 미국인의 삶과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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