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사상 처음으로 핵전력 사용 조율에 합의했다. 유럽 안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양국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9일(현지시간) 런던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핵 대응 조율을 포함한 안보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영국 총리실은 “양국의 독립적인 핵 억지력이 사상 처음으로 조율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고, 프랑스 엘리제궁도 “동맹과 적성국 모두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핵전력을 활용한 군사·정치적 대응을 조율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핵전력 합의는 영국·프랑스의 핵우산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핵 운용 원칙과 체계를 두고 양국 입장이 엇갈린다. 프랑스는 자국 핵무기가 유럽의 공동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왔지만, 핵 사용 기준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공유 체계 밖에 있는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핵기획그룹(NPG)을 통해 공동 전략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2010년 체결된 ‘랭커스터 하우스 협정’을 업그레이드한 ‘랭커스터 하우스 2.0 선언’에도 서명했다. 양국은 이를 통해 차세대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공대공 미사일 등을 공동 개발하는 데 나설 예정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