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총리직 사퇴
내각 핵심인물 잇단 자진 사임
측근들마저 사퇴요구 목소리
생활비 급등·재정·인사 실패
노동당 지지층 상당수 이탈
트럼프 "큰 실패 저질러" 직격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사임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영국 정치권은 10년 사이에 일곱 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격변에 빠지게 됐다.
스타머 총리는 발표 도중 목이 메는 모습을 보이며 "(내가) 다음 총선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는 의회 노동당의 판단을 받아들이고 그 결정을 기꺼이 수용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지방선거 패배 이후 내각의 핵심 인물들이 잇달아 사임하며 사퇴를 압박했음에도 버텨왔던 스타머 총리가 결국 물러서기로 결심한 것은 그의 핵심 지지 세력마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타머 총리의 한 측근 의원은 "스타머 옆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했다. 실제로 주말 동안 여러 내각 장관이 스타머에게 퇴진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아울러 스타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도 그의 퇴진에 힘을 실었다. 버넘은 지난 19일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하원의원으로 복귀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버넘 전 시장 측은 현재 노동당 하원의원 403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버넘의 지도부 도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타머 총리의 몰락은 불과 2년 전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 '안정과 변화'를 약속하며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스타머 총리는 경제 성장 회복과 생활비 부담 완화 등 핵심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지방선거 참패가 스타머 총리 퇴진론의 결정타가 됐다.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극우 영국개혁당이 대승을 거둔 가운데, 진보 성향의 유권자 상당수가 녹색당으로 이탈하면서 노동당의 지지 기반은 크게 흔들렸다. 선거 직후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 지도부 체제로는 차기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지방선거 참패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불안과 생활비 위기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의 생활비 압박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재정 상황 악화도 스타머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국가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국채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부채의 덫'에 빠졌다. 스타머 정부는 고물가 위기에도 채권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재정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영국 의회가 발표한 월간 경제 브리핑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공공부문 순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4.2%에 달한다. 국채시장 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5.1%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사와 정책 문제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스타머 총리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논란을 빚었던 피터 맨덜슨 전 장관을 주미 영국대사로 임명해 비판을 받았다. 또 일부 복지 정책과 증세 방안 역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스타머 총리의 퇴진에 불을 붙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키어 스타머가 영국 총리직에서 사임하게 될 것"이라며 "그는 이민과 에너지라는 매우 중요한 2개 핵심 문제에서 크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머 총리의 사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5일에도 "스타머의 약점인 이민을 해결할 수 없다면 (총리직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영국이 대이란 군사행동에 참여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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