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의 복잡성 증대, 병력 감소, 방산 수출 확대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군수(軍需)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AX)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분석 체계를 구축해 무기체계와 물자 이동의 신속성·정확성·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 모두의연구소에서 열린 ‘25-8차 국방 인공지능 혁신 네트워크’ 행사에서는 손대권 육군 군수사령관을 비롯한 민·관·군 관계자들이 전략과 경험을 공유하며 군수 AX의 방향을 논의했다.
배성훈 윌로그 대표는 “예전에는 경험이나 감에 의존해 물류를 관리했지만 이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군수 AX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윌로그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클라우드에 기반해 물류 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는 “기업과 기관 모두 데이터 관리 체계 고도화에 대한 투자의지는 높지만 여전히 정보 수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윌로그가 지난 7월 물류 관계자 2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향후 1~3년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했지만, 데이터 활용은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훈 한화시스템 MRO(유지보수운영)사업단장은 군 정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장비는 늘어나지만 인력은 줄고 있어 단순 고장 대응으로는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군수 AX의 핵심 요소로 데이터, 초연결, 고장·잔여수명 예측(CBM+), 수요예측을 꼽았다.
특히 그는 “데이터가 기술을 통해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며 민간이 축적한 정비 데이터와 군이 보유한 운용·환경·보급 데이터를 통합해야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데이터 표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엄용진 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전 육군 군수사령관)은 “육군 군수사령부만 해도 4~50만 개 품목을 다룬다”며 국제 규격에 맞는 데이터 모듈화·표준화가 이뤄져야 보안을 강화하고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군 보안 데이터 확보에만 치중하면 데이터 부재나 저품질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AI 기반 합성데이터 시뮬레이션도 활용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