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재고해 달라고 정부 측에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2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GM 등 외국계 기업이 한국을 떠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는 지난 21일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여러 생산 거점이 경쟁하고 있는 만큼 본사에서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 재고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이날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한 기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이희근 포스코 대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노진율 HD현대중공업 대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최준영 기아 대표 등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자동차·조선·철강 분야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GM 대표가 노조법 개정안으로 한국의 노사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을 언급한 만큼 GM이 한국에서 떠날 명분이 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은 미국의 관세 인상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한국 내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철수설이 지속되고 있다. 비자레알 대표는 다만 이날 ‘철수’라는 단어를 언급하진 않았다고 한다.
GM은 2013년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 2017년 유럽·인도에서 공장을 정리한 적이 있다. GM은 한국 철수도 검토했으나 2018년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 8100억원(약 7억5000만달러)을 투입한 뒤 향후 10년간 한국 사업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GM은 2019년 군산공장 문을 닫으며 사업을 축소했고, 현재 사업 유지 시한은 내년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산업계에선 노조법 개정안이 외국 투자 기업들의 탈출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GM 대표를 지낸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19일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아시아 지역 허브라는 한국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도 “노조법 개정안이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면 일자리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