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은 2004년 '한국형 PEF' 도입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23년 기준 1126개의 PEF에 136조 원이 넘는 자금이 운용되고 있으며, 운용사 수도 422개에 달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보험사, 화장품, 여행사 등 다양한 업종의 주요 주주가 PEF라는 점은 그 존재감과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 PEF의 기업 소유 및 경영 참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PEF의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 관행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뜨겁다. 2015년 이후 체결된 국내 PEF 인수합병(M&A) 계약 142건 중 약 92%인 132건이 LBO 방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입매수가 PEF의 사실상 '기본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자기자본 적은 LBO, 위법 소지는 없나
LBO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은 자기자본으로 대규모 기업 인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소액 자본으로 높은 자기자본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고, 이자 비용을 세무상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단기 수익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 성장 전략이 소홀해질 수 있고, 구조조정이나 과도한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은 고용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010년대 국내 PEF 및 M&A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LBO에 대한 법적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수자가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활용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구조인 LBO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특히 국내 PEF들이 널리 사용해 온 배당 또는 감자형 LBO 방식의 적법성을 두고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방식은 기업 인수 후 피인수기업의 이익잉여금을 배당하거나 자본을 감소시켜 차입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 비교적 법적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차입매수(LBO)는 일정한 법적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거래 형태를 포함하는 경영기법"이라며 "일률적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배임죄 성립 여부는 구체적 행위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형식보다는 거래의 실질, 절차의 투명성, 당사자 간 이해관계 조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LBO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접근은 단순한 법 해석을 넘어 자본시장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업 M&A를 위한 실질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PEF, 규제보다는 '책임' 강조해야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오너 중심의 전통적인 경영구조가 전문 경영인이나 PEF 중심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이는 자본 효율성과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PEF 업의 본질상 차입을 통한 기업 인수는 불가피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일련의 법원 판결은 이러한 방식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LBO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러한 투자 방식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연기금,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PEF에 출자하는 주요 기관투자자(LP)의 책임 있는 사회책임투자(ESG)가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단순한 수익률뿐 아니라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며, PEF도 이에 부합하는 운용 철학을 갖춰야 한다.
LP들이 ESG 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PEF를 선별해 출자한다면, PEF는 LBO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기업가치 제고와 경영 효율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자본시장과 PEF 산업이 함께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 강화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책임 있는 투자와 자율적 기준 준수가 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PEF 시장이 신뢰를 기반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가 ESG라는 공통된 가치 위에서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성수 법무법인 YK 변호사 l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제42회 사법시험을 합격해 제32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근무하며 신세계의 센트럴시티 인수, 여의도 파크원 개발사업을 자문했다. 다수의 외국계 기업과 PEF의 투자 자문도 수행했다. 이후 법무법인 혜화에서 근무하며 국내 연기금의 해외 PEF 및 인프라·부동산 투자 자문을 맡았다. 국민연금공단의 법률 자문 총괄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2025년부터 법무법인 YK에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