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나하게 취한 盧 "그리 살면 안 돼요"…홍준표가 회고한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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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 / 사진=한경DB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 / 사진=한경DB

국민의힘과 절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5일 "3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 따라 꼬마 민주당(통합민주당)에 갔었다면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밝혀 화제인 가운데, 그가 회고한 30년 전 그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지지자들과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 "그 당(국민의힘)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며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꼬마 민주당에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이 2019년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올렸던 유튜브 영상 등에 따르면 그가 언급한 30년 전 그날은 1996년 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계 입문을 앞두고 있던 홍 전 시장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YS)으로부터 신한국당 입당을 권유받은 상태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 사진=홍 전 시장 유튜브 캡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 사진=홍 전 시장 유튜브 캡처

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모래시계 검사'의 여당행 소식을 접한 노 전 대통령은 김홍신·이철·유인태·제정구 등 전현직 의원들과 함께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에 홍 전 시장의 개포동 집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홍 전 시장은 이때를 노 전 대통령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일장 훈시를 한 날"로 기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홍 전 시장에게 "홍검(홍 검사),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검사로서 명예를 쌓았다. 앞으로 변호사를 하게 되면 돈도 어느 정도 벌 텐데, 그런 당신이 뭐가 아쉬워서 여당으로 가려고 하느냐"며 "꼬마 민주당으로 와라"고 한 뒤 오후 11시 반께 자택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홍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 등이 1월 25일에 집에 와서 '꼬마 민주당으로 오라'고 하시고 갔지만, 1월 24일쯤 YS에게 전화가 와서 'YS 정권에서 사정(司正) 검사를 했기 때문에 야당에 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길래 엉겁결에 여당에 가겠다고 약속한 일이 있다"며 "그래서 이튿날인 1월 26일 신한국당에 입당하게 됐다"고 했다.

홍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한민국 건국 이래 비주류 서민 대통령이고, 다른 대통령과 달리 솔직했던 분"이라며 "정치적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노무현 저격수'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지만, 나는 그분에 대해 나쁘게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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