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합성·유사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담배 판매점들이 중·고교 바로 앞에서 영업할 정도로 늘어나며 청소년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늑장만 부리는 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규제를 강화하면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에 기여할 세수확충 효과도 있지만 여당이 더 소극적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담배사업법안 심사를 위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일정은 미정 상태다. 지난달 말 소위 개최가 추진됐으나 공공기관운영법안 등 다른 쟁점이 끼어들면서 무산됐다. 기재위 한 관계자는 “빠르면 오는 9일쯤 소위를 열 것”이라며 “법안 심사에 속도가 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담배사업법안은 22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들이 10건 이상 발의했다. 담배 원료의 정의를 현행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니코틴 이외의 물질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확대해, 향후 규제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유사담배’가 생겨나더라도 신속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담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 시절부터 “합성니코틴은 국민 건강 보호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하고,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혀왔다.
정부는 국민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 이유로 들고 있지만, 세수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계산도 깔렸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전자담배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입법 공백으로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지난 4년간 3조 3895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9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걷을 수 있었음에도 걷지 못했단 의미다. 확장재정으로 2029년까지 매년 100조원 넘는 적자를 안아야 하는 정부로선 법 개정 시엔 세수난에도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된다.
기재위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 압박에 작년 말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입법 수순 절차로 받아들여졌지만 이후에도 법안심사는 공전하는 중이다.
야당은 여당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여당 간사이자 경제재정소위 위원장인 정태호 의원이 전자담배 소매업자의 생존권 등을 이유로 법안 심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에도 담배사업법을 포함하지 않았다.
기재위 여당 관계자는 “기존에는 합성니코틴만 규제에 포함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유사니코틴까지 규제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나왔다”며 “심사 범위가 넓어졌으니 이를 포함해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사가 지연될 수 있단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여당이 법안 처리에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합성니코틴 등을 원료로 한 담배도 건강을 해로워서 향후에 건강보험료와 같은 국가 관리 비용을 더 많이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궐련담배, 전자담배처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게 맞다”며 “‘죄악세’로서 부수적으로 세수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의지를 갖고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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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전자담배 점포. (사진=방인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