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미 강조한 상암동 사옥으로 이전했다가 풍파 겪은 기업들

3 days ago 12

[안영배의 웰빙 풍수] 주인 4번 바뀐 한샘 상암사옥, 워크아웃 들어간 중앙일보 등 고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 중 일부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풍수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상암동 사옥에 대한 풍수적 관심은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중심에 위치한 한샘 상암사옥에서 시작됐다. 지상 22층 규모인 이 건물은 수도권지하철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인근이라는 뛰어난 교통 환경과 편리한 업무 시설 등으로 상암동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이 빌딩은 주인이 4번이나 바뀌는 곡절을 겪었다.

전면의 사선이 건물을 둘로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서울 마포구 한샘 상암사옥. 한샘 제공

전면의 사선이 건물을 둘로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서울 마포구 한샘 상암사옥. 한샘 제공
빌딩에도 관상이 있다

이 건물의 첫 주인은 2000년대 중반까지 휴대전화 제조사로 명성을 떨친 팬택이다.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와 휴대전화로 급성장한 팬택은 2007년 상암사옥에 입성하고 2개월 만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시작했고, 2017년 회사가 청산됐다. 이어 가구 및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건물을 인수했다. 한샘은 2018년 사옥 앞마당에 인공연못을 만들고 네 귀퉁이에 돌거북상을 설치했다. 이 건물의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고, 재물 기운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한샘은 상암동으로 본사를 옮긴 지 4년여 만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시 사옥을 팔았다.

세 번째 주인이 된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 역시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건물을 매각했고, 글로벌 부동산 투자 기업 하인즈코리아가 네 번째 주인이 됐다. 현재도 한샘이 임차해 사용 중인 이 건물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사람 외양을 보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관상’이 있듯이, 건물(혹은 집) 분야에도 외관에 따라 좋고 나쁨을 가리는 ‘가상(家相)’이 있다. 풍수 고전인 ‘양택십서’는 “건물 바깥 모습이 전체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면 건물 내부가 풍수 법도에 맞더라도 끝내 길하지 못하다”며 외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현대 건물에도 적용된다. 풍수에서는 좌우가 비대칭적이거나, 앞뒤가 구별이 안 되는 등 음양 조화를 이루지 못한 건물은 아름답지 않다고 해석한다.

빌딩 굴곡과 요철은 바람 흐름 바꿔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샘 상암사옥은 풍수상 불리한 외형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건물이 2개의 사다리꼴에 의해 쪼개져 분리된 듯한 인상을 준다. 화합과 조화보다 분열과 대립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윗변이 길고 아랫변이 짧은 사다리꼴에서 기울어진 선, 즉 사선(斜線)이 건물을 두 쪽으로 가르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칼날 같은 사선 형태가 지나치게 눈에 띄면 풍파를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대표적 예로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타워를 꼽을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2004년 본사 사옥으로 준공한 이 건물은 건물 왼편 아래에서 상단으로 꿰뚫는 듯한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건축적 조형미를 갖추고자 한 것이겠지만 마치 긴 창이 몸통(건물)을 비스듬히 찌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건물 외형이 주변 건물들마저 불편하게 만든다는 불만이 준공 당시부터 제기됐다.

한샘 상암사옥은 외형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풍수상 허점이 있어 보인다. 1층 앞 출입문과 뒤 출입문이 마주하고 있어 뻥 뚫린 형태다. 이 건물은 어느 쪽이 정면이고 후면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입구와 출구가 비슷하게 배치돼 있다. 이는 풍수적으로 좋은 기운이 건물 내부에 쌓이지 않고 곧장 빠져나가는 형국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상가 건물에서도 앞뒤 출입문이 마주 보게 배치하는 건 피한다. 생기가 빠져나간다는 해석이 있어서다.

굴곡과 요철이 강조된 중앙일보 상암사옥. 동아DB

굴곡과 요철이 강조된 중앙일보 상암사옥. 동아DB
DMC는 약 56만9925m2(약 17만2000평) 부지에 최첨단 디지털미디어 엔터테인먼트(M&E) 클러스터를 조성한 곳으로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중앙일보·JTBC, YTN, CJ ENM 등 다수의 미디어 기업이 들어서 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한 장소답게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외관을 갖춘 건물이 많아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집이나 건물의 조화와 균형을 무시한 채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지은 서소문 빌딩

중앙일보는 2020년 창간 터전이던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옛 호암아트홀)을 떠나 상암동 사옥을 지었다. 이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다가 최근 계열사인 JTBC와 함께 워크아웃 및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일보 사옥을 살펴보면 건물 굴곡(屈曲)과 요철(凹凸)이 지나치게 강조된 형상이다. 건물의 굴곡은 사업의 굴곡, 요철은 풍파를 각각 의미할 수 있다. 이런 외형을 가진 건물은 바람 흐름을 왜곡해 살풍(殺風)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풍수에서는 좋지 않게 본다.

풍수계에서는 중앙일보가 대명당터였던 서소문 사옥을 떠나는 바람에 좋은 기운을 더는 누릴 수 없게 됐다고 해석하는 이가 적잖다. 1985년 준공된 서소문 빌딩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자신의 호인 ‘호암’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애정과 마음을 쏟은 곳이다. 이 빌딩은 풍수적으로도 얘깃거리가 풍성했다.

부영그룹이 인수한 서울 중구 태평로 옛 삼성생명 사옥. 동아DB

부영그룹이 인수한 서울 중구 태평로 옛 삼성생명 사옥. 동아DB
이병철 창업회장은 당시 서소문 빌딩과 태평로의 삼성생명 빌딩(현재는 부영그룹 소유)을 동시에 지었는데, 서소문 빌딩은 직선을 강조한 방형(方形)인 반면, 삼성생명 빌딩은 둥근 곡선이 강조된 모습이다. 음양 조화 이론에 맞춰 서소문 빌딩이 남성, 태평로 빌딩이 여성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수행해야 하는 언론사가 남성 기운이 강조된 건물에 입주하고, 보험 영업으로 돈을 버는 보험사가 여성 기운이 강조된 건물에 입주한 것은 건물과 업종의 궁합이 맞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서소문 빌딩 일대는 조선 제19대 왕 숙종의 계비(繼妃)인 인현왕후 생가(生家)가 있던 곳이다. 도심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그 일대에는 지금도 명당 기운이 물씬 배어 있다. 또 삼성생명 빌딩 터는 조선시대 동전을 제조하던 ‘전환국’이 있던 자리로, 예전부터 ‘돈이 모이는 곳’으로 주목받았다.

결론적으로 중앙일보는 서소문 사옥에서 벗어나 상암동 사옥에 입주하면서부터 건물 외형이 암시하듯이 어느 정도 풍파를 겪고 있는 듯하다. 2014년 상암동 사옥으로 이전한 방송사 YTN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외양 역시 한 건물이 두 쪽으로 나뉜 듯한 모습인데, YTN은 이사 후 적자 경영을 지속하다가 2024년 유진그룹에 매각되는 곡절을 겪었다. 상암동에서 건물 임대를 중개하는 한 중개업자는 “새 건물을 지어 이곳으로 이사 온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귀띔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8호에 실렸습니다]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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