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 등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무선 제어 응원봉’ 특허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법무법인 율촌이 최종 승소를 이끌었다. 연출된 화면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구현 원리가 다르면 특허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무선 제어 응원봉 특허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무선 조명 제어 시스템’ 특허를 보유한 팬라이트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트로를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쟁점은 청구범위에 명시된 ‘미리 설정된 그룹’이라는 구성요소의 해석이었다. 원고는 ‘그룹’이 ‘공통점을 중심으로 조명 장치를 한데 묶은 무리’나 ‘매핑된 좌석 정보에 따라 같은 색으로 표시되는 집합’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리’는 공연 시작 전에 해당 그룹을 설정하는 행위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피고들이 연출한 무선 조명 제어 효과에서 그룹별로 서로 다른 응원봉 색상이 표시되므로 특허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율촌은 ‘미리’와 ‘그룹’의 의미를 정면으로 재정의했다. 원고의 특허가 “연출자가 공연 시작 전 좌석 배치도상에 인위적으로 경계를 그려 고정한 ‘그룹’에 한정된다”며, 공연 중에는 사전 설정된 그룹 구성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 유동적인 응원봉 연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율촌은 피고의 기술에 ‘미리 설정된 그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피고의 기술은 좌석마다의 위치값을 응원봉에 2차원 좌표 형식으로 부여했다. 원고 기술과 달리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유동적으로 연출을 바꿀 수 있고, 정해진 그룹 자체가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 원고가 과거 특허출원 과정에서 남긴 진술도 쟁점이 됐다. 원고는 당시 “결과적으로 같은 색을 낸다고 해서 그룹 제어가 아니고, 명시적으로 그룹을 설정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피고의 ‘함수 전략’은 결과적으로 원고와 같은 색을 구현하면서도 그룹을 설정하는 절차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 진술이 오히려 피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율촌이 비트로를 대리해 최종 승소를 이끌면서, 콘서트 등에서 더욱 다양하고 획기적인 응원봉 연출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을 대리한 황지행 변호사(변호사시험 4회·사진)는 “앞으로 함수·좌표 기반의 실시간 응원봉 연출을 자유롭게 시도할 길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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