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가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 예방 대상으로 명시한 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지행해 게임업계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밀집해 있음에도 정작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오는 16일부터 8월 17일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숏폼, CM송 등 중독예방콘텐츠를 제작하는 성남시 주최 'AI 공모전'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공모 주제는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홍보 △4대 중독(알코올, 약물, 도박, 인터넷게임) 예방 △중독폐해없는 건강한 성남으로 총 상금은 1200만원 규모다. 제작한 콘텐츠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 업로드하며 필수 해시태그를 포함해야 한다. 누락 시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며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게임을 반드시 해시태그로 넣도록 명시했다.


게임을 마약이나 술, 도박과 같은 중독 물질로 보고 법적으로 관리하자는 이른바 '4대 중독법'은 2013년 신의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광주 e스포츠 경기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몰아갔던 과정을 강력히 비판하며 게임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성남시 중독예방 공모전을 두고 “성남시 분당 판교는 국내 게임 매출 60%가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건 과거 탄압의 재현”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게임업계 역시 들끓는 분위기다.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역임한 남궁훈 아이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성남시에서 게임을 4대중독이라고 표현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공무원들이 성남시에 있다”며 “그동안 성남시와 친밀감를 갖고 성남시 청소년을 위해 최근에도 게임인재단에서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여러 행사를 함께 했었는데 그만하자고 건의해야겠다”고 했다.
게임인재단도 “게임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이자 산업이며 성남시 판교를 중심으로 수많은 창의적인 개발자들이 땀 흘려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표현은 마치 게임 자체가 유해한 요소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즉각 입장문을 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