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환경정화 충당부채 과소계상 경위부터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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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양측의 회계처리와 투자 책임을 둘러싼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기업 이그니오 인수와 손상차손 문제를 제기하자, 고려아연은 영풍이 최근 석포제련소 환경정화 비용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사실을 들어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영풍이 석포제련소 환경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한 경위와 책임 소재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투자와 회계처리를 문제 삼기 전에 영풍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적 사항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충당부채는 기업이 앞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큰 비용을 미리 부채로 반영하는 회계 항목이다. 공장 주변의 오염된 토양이나 지하수를 정화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 향후 들어갈 비용을 추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영풍에 과징금, 감사인 지정 3년,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담당 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과징금 규모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증선위 조사 결과 영풍은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과 임야, 제련소 하부의 토양·지하수 정화에 필요한 충당부채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정화 관련 충당부채 과소계상 규모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약 1427억 원, 2023년 약 2332억 원, 2024년 약 2331억 원이다.

다만 이 금액은 각 연도 재무제표에서 부족하게 반영된 규모로 연도별 수치를 단순 합산한 누적 손실액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증선위는 영풍이 법적 정화 의무가 명확한데도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고, 법규상 허용되지 않는 정화방식을 전제로 충당부채를 산정해 금액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와 관련한 유형자산 손상평가 과정에서도 손상차손을 과소 또는 과대계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충당부채 과소계상과 이그니오 손상차손 문제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측은 “증선위 조치 내용을 보면 영풍 건은 환경정화 충당부채 과소계상 등 지적 사항이 여러 쪽에 걸쳐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며 “법적 정화의무가 명확한 상황에서 관련 비용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사안인 만큼 단순한 회계상 판단 차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 건은 의결 내용에서 자의적 회계처리 가능성을 짚어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며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손상차손 문제와는 사안의 성격과 무게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그니오 손상차손 공방… 고려아연 “회계처리 문제”

이번 입장문은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투자와 관련한 손상차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 강하다.

손상차손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나 인수한 회사 가치가 장부에 적힌 금액보다 낮아졌다고 판단될 때 그 차이를 손실로 반영하는 회계처리다. 예를 들어 장부상 1000억 원 가치로 평가한 자산 회수 가능 금액이 700억 원으로 낮아졌다고 판단되면 300억 원을 손실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한 뒤 손상차손을 반영한 만큼 인수 가격과 투자 판단 적정성, 회사 자금 사용 과정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관련 사안이 종속회사 자산가치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 시점과 회계처리에 관한 판단일 뿐 인수 결정이나 법인자금 사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사안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그니오 건은 종속회사 가치 평가와 손상 인식 시점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라며 “이를 투자 실패나 법인자금 사용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인수가 북미 원료망 확보와 자원순환 사업 확대, 친환경 동 생산 및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전자폐기물에서 구리 등 핵심광물 중간재를 추출하는 기술과 네트워크를 확보해 원료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인수 당시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기업가치 평가를 토대로 매도인과 가격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풍 장형진 고문도 이그니오 인수를 위한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설립과 유상증자 결정에 찬성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성과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그니오를 포함한 미국 자원순환 사업을 담당하는 페달포인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구리 등 핵심광물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자폐기물 재활용 사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계상 손상차손이 일부 반영됐더라도 북미 원료망 확보와 자원순환 사업 확대라는 투자 목적과 현재 사업 성과를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그니오 인수 가격의 적정성과 손상차손 반영 시점은 향후 관련 회계자료와 사업 실적을 통해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회사 흑자 전환만으로 모든 투자 판단이 적절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공방에서 두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 영풍의 환경정화 충당부채 문제는 금융당국의 조사와 제재 의결이 이뤄진 사안이다. 반면 이그니오 인수와 손상차손 문제는 영풍·MBK의 문제 제기와 고려아연의 반박이 맞서는 단계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 주장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고려아연의 투자와 회계처리를 문제 삼기 전에 석포제련소 법적 정화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과소계상 경위와 후속 조치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양측 회계 공방이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풍은 환경정화 비용을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지와 향후 부담 규모를 설명해야 하고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인수 가격과 손상차손 산정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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