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차량 급정지 등의 돌발 상황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반응시간이 비고령자보다 최대 1초 이상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시속 50㎞로 주행하는 차량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1초 늦게 밟을 경우 14m가량을 더 주행하게 된다. 그만큼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지는 셈이다.
10일 한국소비자원이 고령·비고령 운전자 34명을 대상으로 시내 도로 주행 시뮬레이션 시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앞서가는 차량이 급정거했을 때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비고령 운전자는 3.09초가 걸렸으나 고령자는 3.56초가 소요돼 0.47초 늦었다. 또 불법주차 차량으로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횡단보도에 갑자기 어린이가 나타났을 때는 고령자(2.28초)가 비고령자(1.20초)보다 1.08초나 늦게 반응했다.
고령 운전자도 스스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이 고령 운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60.7%에 달하는 182명은 비고령자보다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판단력이나 반응속도 저하'를 꼽은 응답(174명·95.6%)이 가장 많았다. '시력 저하'(132명·72.5%), '운동신경 저하'(120명·65.9%), '지속적인 약물 복용 경험'(18명·9.9%)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이 있는 고령자용 보조 차량 도입'(188명·62.7%)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2023년 1월 시행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고령 운전자 차량에 대한 비상 자동 제동장치 설치는 의무화했으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란 차량 센서가 전후방의 차량이나 장애물을 인식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엔진 출력을 억제하는 장치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의 경우 비상 자동 제동장치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함께 설치된 차량의 인증·보급을 장려하는 추세다.
소비자원은 "돌발 상황에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할 여지가 큰 만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까지 장착한 차량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