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가격이 2023년 전후 시작된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발(發) 유가 상승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 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에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원료 가격 인상분을 3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결국 전기차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리튬, 2년8개월 만에 최고치
26일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지난 13일 ㎏당 리튬 가격은 25.15달러로 작년 6월 평균 가격(8.1달러) 대비 1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올랐다. 2023년 9월(27.15달러) 후 2년8개월 만의 최고치다. 2023년 1월 ㎏당 78.33달러까지 오른 리튬 가격은 전기차 캐즘이 시작된 뒤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리튬은 ESS와 저가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저렴한 철·인산염과 달리 중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만 구할 수 있어 전체 원료 가격의 70~80%를 차지한다.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풍력발전소 바로 옆에 설치되는 ESS 주문이 늘었고, 동시에 니켈 수요도 반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요인도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의 장시성 리튬 광산이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격 폭락기에 수익성이 나빠진 일부 광산의 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방 국가들의 리튬 제련소 투자 유인이 낮아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이 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원계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은 t당 1만9017.5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2월 평균 가격인 t당 1만4879달러 대비 27.8% 뛰었다. 2024년 5월(1만9520달러) 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코발트 역시 13일 파운드당 57.83달러를 기록해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NCM 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 비중은 70% 안팎이다. 망간은 5% 이하이고, 나머지는 리튬이 들어간다.
◇ 코발트는 4년 만에 최고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기차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전기차 시장은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오르며 유럽과 한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은 주요 15개국에서 지난달 신규 등록 전기차가 22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3% 증가하는 등 전기차 캐즘을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측면에선 니켈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환경 규제를 하고, 전 세계 코발트의 70%를 공급하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역시 생산 규제를 강화하며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원재료 가격 상승은 완성차 업체와 가격 연동 계약 구조를 맺고 있는 배터리 3사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낮은 가격에 원재료를 구입한 뒤 3개월 안팎의 시차(래깅)를 두고 판매가에 반영하는 업계 특성상 수익성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2024년과 지난해 가격 하락 국면에서 역래깅 효과로 실적이 악화한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여기에 배터리 가격 자체가 비싸져 평균 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가격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전기차 업계는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저가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 인상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배터리 생산비를 낮추지 못하면 저렴한 LFP 중심인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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