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신이…’ 쓴 대만작가 장자샹
대만 현대사 비극인 ‘2·28 사건’ 다뤄
“대만인이 정체성 찾기 시작한 계기”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사진)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
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 “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매우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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