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멕시코)=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16년 만에 거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차전 승리는 철저한 대비와 과감한 선택이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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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2-1로 승리 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가 나왔을 때 화두는 ‘고지대 적응’이었다. 축구 대표팀이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 경기 장소로 배정받은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해발 약 1570m에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태백산(약 1567m)에서 축구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지대에서는 공기가 부족해 체력적으로 더 빨리 지치고 근육 회복도 느려진다.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 증상도 나타난다. 공기 저항도 달라 공의 궤적에 변화가 생기고 패스와 슈팅이 평지보다 더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
대표팀은 경기 일정이 확정되자 빠르게 움직였다. 국내외 운동생리학 및 고지대 훈련 전문가,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와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FIFA에 대회 베이스캠프 장소를 과달라하라로 신청했고 입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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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와 함께 고지대 적응을 위해 해발 약 1460m에 있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사전 캠프를 계획했다. 다양한 후보지를 직접 방문해 실사했고, 스포츠과학 및 환경 적응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18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약 보름간 사전 캠프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초반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점차 고지대에 적응했다. 대표팀 의무팀은 하루 4차례에 걸쳐 선수 몸 상태를 점검하며 관리했다.
이렇듯 철저한 준비는 12일 열린 체코와 대회 조별리그 1차전 2-1 역전승의 원동력이 됐다. 고지대 적응 훈련 없이 경기 전날 과달라하라에 입성한 체코 선수들은 고지대라는 벽에 부딪혔다. 전반 중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선언되자 허리를 숙인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양 팀의 차이는 체력 부담이 절정에 달하는 후반 중반 이후에 극명히 드러났다. 체코의 발걸음이 느려진 사이 한국은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 35분 오현규(베식타시)에게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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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오현규가 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도움을 준 황인범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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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백정국 의무팀장과 송준섭 수석주치의. 사진=허윤수 기자 |
경기 후 홍 감독은 “체코가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 우리가 상대를 더 공격적으로 몰아쳤다”며 “결과적으로 고지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1골 1도움으로 체코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황인범도 “상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느낌이 아니라 눈으로 많이 보였다”며 “먼저 고지대에 적응한 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축구 대표팀 수석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고지대 증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와도 또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적인 생리 현상”이라며 “공교롭게도 고지대 적응을 하지 않은 체코와 경기하다 보니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과 코치진의 과감한 결단도 체코전 승리의 발판이 됐다. 1-1로 맞선 후반 24분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대신 오현규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손흥민은 비록 결정력에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활발한 움직임으로 슈팅 6개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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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한국 오현규가 후반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김민재와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벤치의 판단은 적중했다. 힘과 속도를 갖춘 오현규가 투입 11분 만에 체코 골망을 가르며 믿음에 보답했다. 여기에 오현규가 경기 당일 설사 증세와 함께 열이 38도까지 올랐으나 의무팀의 적절한 대처로 정상에 가까운 컨디션을 되찾았다.
영국 매체 ‘BBC’의 패널로 활동하는 클린턴 모리슨은 “처음 손흥민을 교체할 때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며 “이게 메이저 대회에서 감독이 큰돈을 받는 이유”라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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