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의 민심, 성과보다 ‘권력의 태도’ 경고
李 집권 2년 차 , 절제와 공평무사 힘써야
깊고도 묘한 민심이다.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기고도 반성문을 써야 할 여당이 있다. 그 옆에는 졌는데 승자의 표정을 짓는 제1야당이 있다.
민심의 저울을 더 무겁게 살펴야 하는 쪽은 잃을 게 더 많은 여당이다. 출구조사보다 못한 결과를 ‘샤이보수 결집’으로 뭉뚱그리는 건 단순한 독법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이런 면에서 집권 세력에 ‘정직한 질문’을 형성해주는 사고의 틀이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 수많은 사전 징후가 발생한다는 산업재난 분야의 개념이다. 정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심의 채찍이 가해지기 전, 권력의 자만과 오판이 의심되는 징후들이 켜켜이 쌓였을 것이다.
그 메타인지가 안 된다면 정부와 여당은 억울할 수 있겠다. 지난 1년의 성과가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까다로운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K증시의 비약적인 상승 흐름도 이어졌다. 혼돈의 의정 갈등이 봉합됐고, 일본과의 정상외교 성과도 단단하다.
하지만 잘한 것은 빨리 잊고, 잘못한 것을 챙겨야 건강해지는 법. 집권과 함께 풍성한 성과에 취했는지, 권력 내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거친 메시지와 입법 무리수가 나타났고, 이는 민심의 견제 심리를 앞당긴 역학이 됐다.
저마다 여러 사건이 떠오를 텐데, 기자의 뇌리에는 네 개의 위험 징후가 선명하다. 조국 사면(2025년 8월)과 청와대 100m 집회 금지(올해 1월), 조작기소 특검법(3월), 스타벅스 때리기(5월) 이슈다.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의 태도를 향한 일관된 물음들이다.
임기 시작 두 달 만에 단행된 광복절 특별사면을 보자. 조국, 윤미향이라는 이름은 개혁 정부의 이미지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이전을 앞두고 벌어진 집시법 논란은 진보 진영까지 흔들었다. 당정이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담은 개정 법령을 통과시키자 참여연대는 ‘광장의 정신’을 촉구했다.
‘공소취소 특검법’으로 불리는 여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논란은 샤이보수의 집결을 촉발한 전환적 사건이었다. 스타벅스 텀블러 마케팅 논란도 권력의 볼썽사나움을 노출했다. 고관대작들의 거친 입과 보이콧 주장에서 청년세대는 ‘갑질’의 질감을 느꼈다.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49.42%라는 숫자를 떠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이다. 계엄의 상처 속 과반 득표가 가능했을 텐데 대선에서 국민은 온전히 절반을 허락하지 않았다. 6·3 민심은 아직 그 한계가 극복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당면한 개각과 지도부 개편에서 정부와 여당은 새 각오를 전할 것이다. 그 형식이 담백한 반성문이었으면 좋겠다. “뭘 더 하겠다”보다 “더 살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빛의 혁명’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은 집시법을 원상복구 한다면 진정성을 더할 것이다. 대통령 사면권도 함께 손볼 일이다. 수감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인사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특혜다. 법학계의 지적처럼 헌법적 통제도 검토할 사안이다. 향후 개헌 논의에선 이런 불편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그 배를 넘어뜨리기도 한다.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들면 진다”는 비유로 유명한 여당 5선 박지원 의원은 6·3 결과를 두고 “국민은 항상 옳다”고 했다.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공평무사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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