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토교통부와 5개 1기 신도시가 이르면 내달 2차 정비물량 선정 방식을 확정한다.
작년에는 재건축(정비)에 찬성하는 주민 동의가 많을수록, 공공기여 비중이 높을수록 정비사업을 먼저 추진하는 ‘선도지구’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5개 1기 신도시 중 일산 등 4개 신도시가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정비 물량을 선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분당만 공모와 주민 제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작년 11월 선도지구로 선정된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에는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목표로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 “공모 방식, 주민 피로도 크다”…‘주민 제안’ 우세
21일 국토부와 5개 신도시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달 말 5개 신도시별 2차 정비물량 선정 방식을 발표한다.
올해 정비물량을 확정 짓기 위해선 지자체별로 ‘2035년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2035년 기본계획)’을 발표해야 하는데 현재 안양(평촌)·부천(중동)·군포시(산본)만 발표한 상태다. 성남시(분당)와 고양시(일산)는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중 2035년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2035년 기본계획 중 올해 정비물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관건은 정비물량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작년처럼 주민 동의를 받아 선도지구로 선정되는 방식은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분당의 경우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10개 단지 이상에서 주민동의율 95% 이상으로 배점 60점의 만점을 받은 상황이라 이주대책(전체 가구 수의 12%), 장수명 주택 인증(최우수), 공공기여 추가 제공(부지면적의 5%) 등에서 만점을 받은 곳 위주로 선도지구에 선정됐다. 선도지구가 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업성을 깎아먹는 선택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에선 작년과 같은 공모가 아닌 ‘주민 제안’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주민동의율 50%를 얻어서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제출하는 순서대로 지방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별정비구역으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공모 방식은 재건축을 추진할 때마다 주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피로도가 높다”며 “주민 제안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이르면 이번 주 ‘주민 제안’이 담긴 정비물량 선정 방식을 공모해 본격적인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
분당은 형평성 논란 vs 또다시 경쟁 과열이냐
성남시는 여전히 분당 정비사업 물량을 선정하는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작년 경쟁이 너무 치열했던 만큼 다른 지자체처럼 주민 제안 방식으로 가기엔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고민이다.
작년 선도지구가 된 단지들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장수명 주택 최우수 인증 등을 선택해 선도지구가 됐는데 올해부터 정비 물량을 선정할 때 주민 제안으로 바꾸게 되면 굳이 과도한 공공기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노후도시특별법이나 각 지자체 조례에 나와 있는 공공기여 수준으로 용적률에 따라 공공기여 비중을 조정하면 된다. 분당재건축연합회도 최근 38개 단지, 2만 5000개 가구가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정비물량이 선정되길 바란다는 뜻을 성남시에 전달했다.
이럴 경우 경쟁은 과열되지 않지만 작년 선도지구로 선정된 곳들은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성남시는 1차 선도지구 선정시 공공기여가 많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가 ‘공모’ 방식을 선택하기에는 작년처럼 경쟁 과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성남시는 지난주 재건축준비위원회 대표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매년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공모방식을 택할 경우 5개년치 물량을 올해 한꺼번에 접수받는 방식을 제안했다.
올해(1만 2000가구)부터 2029년까지 5년간 5만 2000가구의 정비물량을 올해 확정짓겠다는 의미다. 각종 공공기여 등 평가점수 순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매년 4~5개 단지가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게 된다.
이러다보니 분당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선 ‘이번에 떨어지면 재건축은 없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벌써부터 ‘모두 다 써내자’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대규모 정비물량이 일시에 선정되면 부동산 시장이 교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작년 공모 방식으로 선도지구를 선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그냥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작년 선도지구 선정 당시 도입했던 ‘예비 사업시행자’ 방식을 앞으로도 적용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1기 신도시 내 각 단지들이 선도지구를 신청할 때부터 예비 사업시행자로 신탁사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선정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냈는데 2차 정비물량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