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도 아파트 입주권… 목동 6단지, 재건축 1년 앞당겼다

8 hours ago 1

목동 단지 14곳중 첫 조합 설립 인가
상가 통상 몸값보다 10배 높게 인정
소유주 48명과 재건축 갈등 없애
“선례 생겨 상가 권리 요구 늘수도”… “재건축 속도 위해 상가 규정 수정을”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이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서울에서 상가 소유주 전원에게 사실상 아파트 입주권을 주기로 합의해 사업 속도를 1년가량 앞당긴 사례가 나와 정비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가 소유주에겐 재건축 이후에도 상가를 주는 게 원칙이지만, 아파트 소유주들이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입주권을 두고 상가와 아파트 소유주가 다투는 사례가 더 많아 상가 재건축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재건축 속도 1년 앞당긴 목동 6단지

17일 서울 양천구청에 따르면 1362채 규모의 양천구 목동 6단지는 지난달 양천구로부터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 14곳 중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첫 사례다. 통상 재건축을 추진할 때 먼저 추진위원회를 꾸린 뒤 조합을 세운다. 이 과정만 약 1년이 걸린다. 목동 6단지는 추진위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조합을 설립해 사업 속도를 1년 앞당길 수 있었다. 올해 초 추진위 승인을 받고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3710채), 서초구 반포미도1차(1260채) 등 다른 재건축 단지를 앞질렀다.

목동 6단지가 속도를 낼 수 있던 건, 상가 소유주 48명에게 신축 상가와 아파트 입주권을 모두 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상가 소유주는 재건축 후에도 상가를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새로 분양받은 상가의 가치가 기존 상가보다 낮은 경우 조합 정관에 따라 상가의 몸값을 정해 아파트 입주권을 줄 수 있다. 상가 몸값을 정하는 방식을 두고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가 갈등하는 이유다. 재건축을 하려면 상가 소유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보니, 양측이 합의하지 못해 5년째 사업이 지연된 사례도 있다.

목동 6단지는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 상가 몸값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10배 높게 인정했다. 조합 설립 이후 상가 몸값을 올려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조합 설립 전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합의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황희중 목동6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이런 조건을 미리 알렸다”며 “내년 1월에는 시공사를 선정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동 6단지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근 재건축 단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목동의 한 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목동의 재건축 후발 주자들은 6단지 사례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 “시대에 맞게 상가 재건축 규정 바꿔야”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동 6단지를 선례로 몸값을 높여 달라는 상가 소유주의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6단지보다 더 좋은 조건이 아니면 상가 소유주들이 조합 설립 동의서를 안 내어줄까 걱정”이라고 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목동 6단지 합의 사항은 조합원 권리를 엄격하게 보호하는 최근 판례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가 관련 규정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류점동 랜드엔지니어링 대표는 “약 20년 전 도시정비법이 제정될 때는 상가가 아파트보다 가치가 높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인센티브 또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